《우리는 5천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다. 중국 문명의 강한 영향을 받긴 했으나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인 과학기술의 전통을 쌓았다. 21세기는 창의력, 창조력이 경쟁의 핵심이고 무기인 시대다. 우리 민족에게는 이와 같은 선조의 창조적인 전통이 있기에 세계 초일류국이 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인류의 역사는 과학기술의 진보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인류의 삶과 직결되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 민족의 과학기술 발전사가 단순히 어제의 것이 아니라 그 민족의 오늘과 내일을 이어 주는 연결점이 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통 속의 첨단 공학기술’의 저자들 역시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이 이루어 낸 과학기술적 성과가 민족적 자부심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이며,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건설하는 핵심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우리 민족의 과학기술의 역사가 끈질기게 이어져 온 민족 생명력의 바탕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시간 흐름에 따라 청동기 시대부터 개화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이 성취해 낸 과학기술적 성과를 차분한 어조로 소개한다. 전반부에서는 주로 한민족 고유의 독창적 발명품들을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세종대왕기의 과학기술 업적과 이후 서양 과학기술의 유입과 수용을 중심으로 한 조선조의 과학기술 발전사를 분석한다.
이 책은 몇 가지 중요한 장점을 지닌다. 우선 흔히 과학기술사를 논의한 글에서 보이는 내용상의 어려움이 없다. 우리 민족의 뛰어난 과학기술적 성과를 매우 쉽고도 흥미롭게 설명해 준다. 제조 기술 또는 작동(작용) 원리에서부터 배경에 이르기까지 저자들은 공학도로서의 풍부한 학문 지식과 경험을 기초로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절의 마지막 부분을 차지하면서 독자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저자들의 짧은 평가와 바람의 메시지도 별미다.
다음으로 이 책은 단순히 과거 우리 민족의 과학기술적 성과만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중요한 의미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세종대왕을 비롯한 조선조 군주들의 과학기술 정책 및 과학기술자들의 역할을 치밀한 논조로 기술함으로써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정책과 인재 발굴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마지막으로 학문적 차원에서도 중요성을 지닌다. 필요에 따라 기존의 연구 성과를 적절히 언급함으로써 학문적 깊이와 폭을 유지한다. 서양 및 중국과의 과학기술 교섭사와 관련된 방대한 사료의 설명도 유용하다. 동시에 우리 과학기술사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했던 이천, 장영실, 정두원, 소현세자, 효종, 홍대용, 정조, 정약용, 박규수, 남병철과 같은 인물의 과학기술적 활동 및 업적에 대한 소개와 향후 연구의 필요성 제기도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렇듯 읽기 편하면서도 중요한 학문적 정책적 과제와 비전을 함께 보여 주는 이 책은 한국 과학기술사의 숨겨진 묘미와 함께 한민족으로서의 자부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일깨워 주는 훌륭한 지침서다.
김정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