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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밖 500m 밤새 폐허로… 포연이 태양마저 삼켜”

입력 | 2006-07-19 03:04:00

블로그 ‘우르 샬림’ 운영자의 부모가 살던 아파트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할 수 없었다. 이 아파트(가운데)는 직격탄을 맞은 듯 옆 건물에 비해 더 심하게 부서졌다. 사진 제공 우르 샬림 운영자


“7월 13일, 대피하라는 전단이 레바논 남부 하늘을 뒤덮었다. 학살이 곧 자행된다는 경고나 마찬가지다. 빌어먹을….”

이스라엘-레바논 분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인터넷 블로거들의 활약이 세계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우르 샬림’이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베이루트의 한 블로거는 날짜별, 시간별로 상황을 상세히 전달하고 있다.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현장의 참상이 그의 블로그에 가득 담겼다.

▽14일 오전=어젯밤은 포격 소리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일어나자마자 바깥으로 나갔다. 밤새 집에서 반경 500m 안에 있는 건물과 다리가 모두 파괴됐다. 병원도 당했다.

▽14일 저녁=창문 밖으로 시커먼 연기가 보인다. 불과 몇 km 거리다. 어젯밤에는 친척 한 분이 돌아가셨다. 가족들을 어딘가에 대피시킨 뒤 필요한 물건을 가지러 집으로 되돌아오다 변을 당했다. 어머니 집으로 피신한, 임신한 아내와 아이는 무사하겠지.

▽14일 밤=이스라엘 군함이 공격을 받고 침몰되는 모습이 TV에 나왔다.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고 폭죽을 터뜨린다. 마치 월드컵 승전 소식 같다. 우리 모두에게 좋은 밤이 되기를….

▽15일 오전=일어나 보니 사이다에서 칼데에 이르는 다리와 제이에 있는 발전소, 공장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베이루트 항구의 새로 지은 등대도 아침에 공격을 당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던 베이루트 남부 하레트흐레이크 지역은 사람들이 빠져나가 텅 비었다. 점점 더 많은 도로와 다리가 폭파돼 가족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내부 혼란과 갈등을 일으키려 한다.

▽15일 오후=오늘 오전 마르와힌에서 일어난 공격으로 23명이 죽었다. 아홉 명이 어린이다. 죽은 이들은 다른 마을로 피란하던 중이었다. 1996년 카나에서 있었던 일의 재판(再版)이다. 당시 부모들은 아이들을 구급차에 태워 대피시켰다. ‘도덕적인’ 이스라엘군이 구급차까지 공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우리의 판단이 틀렸다.

▽16일 오후=피란하던 민간인이 탄 버스를 이스라엘의 미사일이 박살냈다. 그들의 대변인은 “반유대주의 광신도가 이 버스에 숨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서방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구실을 들면서 실제로는 인종 청소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을 무슬림이 일으켰다고 선전하고 있다. ‘반유대주의에 대응해 무력을 사용한다’는 변명은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살상을 합리화할 때 늘 쓰는 카드다.

오늘 공습으로 베이루트에선 태양이 보이지 않는다. 연기와 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밤에는 폭발음이 더욱 크게, 자주 들려온다. 이제는 익숙해져 잠도 잘 온다.

▽17일 오후=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베이루트 시민들은 집을 잃고 학교나 공원 같은 공공장소로 모여든다. 천장도 없는 곳에서 어른 아이 모두 뒤엉켜 억지로 잠을 청한다. 6일 전만 해도 부모님이 사시던 건물은 폐허가 됐다. 평생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으셨는데….

▽18일 오전=이스라엘은 레바논의 동서남북 전역을 폭격하고 있다. 기독교인, 무슬림을 가리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대상이다. 이스라엘은 우리를 테러리스트라고 하면서 살상을 저지른다. 우리는 알 카에다가 아닌데 말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