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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독점 위반’도 감청 허용… 대기업 美활동 비상

입력 | 2006-07-19 03:04:00


미국이 올해 3월 테러방지법(PATRIOT Act)을 개정하면서 가격담합과 같은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 사안에 대해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감청을 허용하는 조항을 신설한 사실이 18일 확인됐다.

본보가 미 행정부 등이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입법 자료를 확인한 결과 미 상원과 하원이 올해 3월 7일 통과시킨 테러방지법 수정안 113항은 반독점법(Sherman Act·셔먼법)에 규정된 ‘통상 무역에 있어서의 불법적인 독점행위’를 테러방지법이 적용되는 감청 대상에 새로 포함시켰다.

반독점법 위반 행위를 사실상 테러행위와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취급하겠다는 것. 이 테러방지법 수정안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3월 9일 서명함으로써 이미 발효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을 수출의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으면서 미 행정부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상시적인 감시를 받고 있는 반도체 항공운송 등 분야의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모든 현지 활동이 미 수사기관의 감청에 노출될 수 있게 됐다.

또한 미 연방수사국(FBI)이나 중앙정보국(CIA) 등이 감청을 하는 과정에서 경쟁업체와의 접촉행위나 통상적인 정보 수집 활동 등이 발견될 경우 자칫하면 반독점법 위반 행위로 수사대상에 오를 수 있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테러방지법 수정안 113항은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아 대기업들은 충분한 대비책을 세워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수정안에 따르면 미국 수사기관이 통상적인 첩보 수집 활동을 위해 감청을 하다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발견하면 이를 수사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미국 수사기관이 감청을 통해 반독점 혐의를 포착하더라도 불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수사와 재판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독수독과 이론’에 따라 증거자료로 인정되지 않았다.

미국은 최근 뉴욕 주 검찰이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을 가격 담합 혐의로 기소하는 등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테러분자를 색출하는 방식으로 무작위적인 감청이 진행되면 국내 기업의 미국 현지 활동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