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18일 오전 근무 교대시간에 맞춰 2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날 노조원 700여 명이 뉴카렌스 공장 중앙 통로에서 투쟁의지를 다지는 집회를 가져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1991년 이후 16년째 연속파업이다.
노조는 사 측에 월 임금 10만6221원과 상여금 100% 인상, 성과급 300% 지급, 복지기금 250억 원 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20일 사 측과 10차 교섭에서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5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파업 수위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광주공장과 협력업체는 물론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회사 측은 고유가와 환율하락으로 광주공장에서 올 상반기에 300억 원의 적자를 보았으며 환율이 100원 떨어질 경우 연간 35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0여 개 협력업체도 파업소식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뉴스포티지와 뉴카렌스 생산에 대비해 최근 2∼3년간 2000억 원을 투자하고 800여 명의 인력을 채용한 협력업체들은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채산성 악화로 줄도산을 우려해야 할 판이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빚을 진 기업이다.
광주공장은 지난해 초 생산직 직원 채용 비리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사장과 노조위원장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머리를 숙였을 때 시민은 기아차가 시련을 딛고 일어나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돼 주길 바랐다.
올 초에 광주공장 자동차 판매실적이 지난해 보다 16.4%나 감소하자 기아차 사주기 운동을 벌이며 힘을 보태줬다. 또 근로자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회사 부근 도로를 ‘기아로’로 명명하기도 했다.
노조가 시민이 언제까지나 기아차에 애정을 보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16년 연속파업, 채용 비리 등 불명예를 씻지 못한다면 하루아침에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게 될지 모를 일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