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절차에 따른 이라크 첫 주권정부 출범(5월 20일) →알 카에다 지도자 알 자르카위 사망(6월 7일)→카말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 '국가화해안' 의회 제출(6월 25일).
이 때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종파 간 갈등을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로 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이와는 달랐다.
▽피의 악순환=18일 시아파 대표적 거주지인 이라크 남부 쿠파에서 자살 차량폭탄테러가 발생해 53명이 숨지고 105명이 부상했다. 테러범들은 인력시장에 나온 가난한 사람들을 불러 모은 뒤 폭탄을 터트렸다. 시아파를 겨냥한 무차별 살상이었다.
쿠파 폭탄테러 생존자들은 출동한 경찰들에게 돌을 던지며 "마흐디 민병대를 돌려 달라"고 절규했다.
시아파 마흐디 민병대가 관할했던 이 지역은 각 종파가 섞여있는 바그다드나 바쿠바에서 테러가 난무할 때도 상대적으로 안정을 누렸다. 그러나 정부가 출범하고 보안군과 경찰이 치안을 담당한 지금은 시아파를 겨냥한 테러의 온상으로 변했다.
앞서 9일에는 시아파가 바그다드에서 대낮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수니파만 골라 41명을 사살해 이라크 전역에 충격을 주었다.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피의 보복전'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들이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종파적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지만 이라크와 미국 정부에게는 이를 멈출 수 있는 힘이 없다"고 진단했다.
인구 2600만 명 중 시아파가 65%, 수니파가 32% 정도.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시절에는 수니파가 지배세력이었으나 지금은 수니파가 득세하고 있다.
▽매일 100명씩 사망=18일 발표된 유엔의 이라크 인권보고서는 "6월 민간인 사망자가 1월에 비해 77% 증가한 3149명으로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한 이래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2달에 한번씩 발간되는 이라크 인권보고서가 희생자 숫자를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
5월과 6월 두 달간 이라크에서는 5818명이 사망하고 5762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매일 100명이 죽고 100명이 부상하는 셈.
세계의 이목이 이스라엘과 레바논에 쏠려 있는 동안 이라크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민간인들이 소리 없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사망자 숫자는 1만4338명. 1월 1778명, 2월 2165명, 3월 2378명, 4월 2284명, 5월 2669명, 6월 3149명으로 매달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정부가 붕괴된 후 3년3개월 동안 5만 명이 넘는 이라크 민간인들이 희생됐다"고 언급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