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으로부터 철수하는 자국민들에게 교통편 이용 대가로 비용을 물리던 미국 정부가 당사자들과 정치권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
현재 레바논에 살고 있는 미국 시민권자는 2만5000명가량으로 추산되며 이 중 상당수가 이스라엘의 공습과 폭격을 피해 레바논을 떠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대피를 원하는 자국민은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처음에 자국민들이 배나 비행기를 타기 전에 “앞으로 90일 안에 관련 비용을 미국 정부에 지불하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했다. 이 비용은 베이루트와 키프로스 간 편도 항공료에 해당한다. 이 구간 항공료는 200달러 안팎이다.
그러자 당사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라크전쟁에 이미 3000억 달러(약 285조 원) 넘게 지출한 나라가 분쟁지역에서 대피하는 자국민에게 비용을 내라고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자비(自費)부담 대피’ 논쟁은 미국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분쟁 등 위험지역에서 벗어나는 비용은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국무부는 “1956년 관련 법 제정 이후 정부의 교통편을 이용해 대피하는 민간인에게 비용을 청구해 왔다”고 반박했다. 백악관도 “2002년 개정된 법은 미국 정부가 대피 비용을 회수하도록 강화했다”며 “법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고집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이 CNN 등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미 정부는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국무부는 레바논 대피 자국민에게는 비용 회수를 요구하지 않는 예외조항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LA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