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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특집]용돈은 빠듯하게 주세요

입력 | 2006-07-20 03:06:00


3년 전 어린이 경제교육 만화책을 낼 준비를 하고 있던 김지룡(42) 씨는 딸 시아(8)와 은행 앞을 지나고 있었다.

“시아야. 돈은 어디서 나오는 줄 아니?”

“은행에서 나오는 것 아냐?”

당시 5세이던 딸은 은행을 ‘도깨비 방망이’로 생각했다. 자원은 한정돼 있고 노동을 통해 부를 획득하며, 이를 적절히 배분하는 게 경제활동이라는 기본 개념이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만화를 위해 준비한 콘텐츠들이 모두 헛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수요나 공급, 한계효용의 법칙을 쉽게 설명한들 기본 개념이 없는 아이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김 씨는 지난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를 통해 ‘우리아이를 위한 용돈의 경제학’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어린이 경제 교육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경제 교육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돈의 개념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선택하는 법을 배우면서 아이들은 인내심과 책임감을 갖추게 됩니다.”

○ 경험으로 깨닫게 하라

김 씨는 딸에게 통장을 보여 줬다. 현금인출기로 돈을 찾고 잔액을 정리한 뒤 다시 통장을 보여 줬다.

“아빠가 일해서 번 돈이 은행으로 들어오는 거야. 필요할 땐 일부를 빼서 쓰는 거야. 현금인출기는 그걸 계산해 주는 기계에 불과해.”

통장을 보여 준 이유는 6세 이전의 아이들은 구체적인 사물을 보지 않고서는 논리적 사고를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회사에 가는 것’이 어떤 일인 줄 모르던 시아는 “왜 아빠는 매일 아침 일찍 나가서 밤에 늦게 와?”라고 투정했다.

김 씨는 주말에 딸을 데리고 할인점에 가 주차장에 버려진 카트를 제자리에 갖다 두는 일을 시켰다. 그런 카트에서는 때로 100원이 환불됐다. 30분을 ‘노동’하면 500원이 벌렸다.

“돈을 버는 건 노동을 통해서야. 노동은 때로 남들이 귀찮아하는 일도 내가 시간을 내서 몸을 움직여 하는 거야.”

○ 용돈 교육은 인성교육

그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에게 일주일에 2000원씩 용돈을 준다. 중학생 이전의 아이에게 한 달 치 용돈을 구상하는 것은 아주 벅찬 일이기 때문이다.

시아는 2000원 범위 안에서 군것질을 하고 학용품을 산다. 과자 하나에 500∼700원 하는 시대에 이 정도 용돈은 빠듯하다. 교육의 핵심은 ‘빠듯하게’에 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때론 원하는 걸 참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처럼 과한 비용이 드는 건 아이 용돈에서 해결하지 못한다. 이럴 때에는 아이가 20%를 부담하도록 협상한다. 10만 원짜리 자전거를 사기 위해 시아는 용돈을 아껴 2만 원을 모은다.

시아는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용돈을 하나도 쓰지 않거나(자전거 사는 데 10주), 용돈의 절반만 쓰거나(20주), 아니면 노동을 통해 용돈을 추가로 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아이가 필요하다고 수시로 용돈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용돈은 정기적으로 일정하게 줘야 한다. 용돈은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소득원이자 예산이다. 이 예산이 시시각각 변하면 자기절제나 효율적인 소비를 배울 수가 없다.

정기적으로 주는 용돈 이외에 노동의 대가로 돈을 줄 때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아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 돈을 줘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방을 정리하고, 이를 닦는다고, 성적이 올랐다고, 동생을 돌본다고 돈을 주지 마세요.”

그 대신 그는 아빠 차 안의 쓰레기를 치우고 발판을 닦으면 3000원을 준다. 구두를 닦으면 1000원이다. 전문가가 구두를 닦을 때처럼 광이 나게 닦으면 2000원을 줄 생각이지만 아직까지 그 수준에 도달한 적이 없다. 똑같은 일이라도 결과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는 점을 시아는 알고 있다.

좀 더 자라면 명함정리를 시켜 3000원을 줄 생각이다. 명함을 컴퓨터에 옮겨 적다 보면 세상의 직업이 얼마나 다양한지 배우고 한자 영어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경제교육을 시키면 혹시 아이가 돈을 밝히는 아이로 자랄까 염려하는 부모가 있는데 잘 가르치면 오히려 참을성, 책임감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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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