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가 2012년을 잠정목표로 잡은 전시(戰時)작전통제권 반환시기를 ‘2010년 이전’으로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최근 한미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밝혔다. 미국의 돌연한 역(逆)제의에 우리 정부는 “준비가 덜 됐다”며 당황하는 모양이다. ‘군사주권’ 운운하며 서두를 때와는 딴판이다.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국민의 생존권이 걸린 안보청사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최근 “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한미가 각각 독자사령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한국의 준비상황에 대해 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대북(對北) 전략정보의 100%, 신호와 영상정보의 9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주한미군으로부터 넘겨 받은 ‘북한군의 장사정포를 조기 타격하기 위한 대(對)화력전’ 임무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2011년 중기국방계획이 끝나면 독자정보수집과 작전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지만 미군의 도움 없이 대북 전면전을 수행할 역량은 갖추기 어렵다.
작전통제권을 돌려받으면 장기적으로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할 이유도 없어진다. 주둔한다 해도 주한미군은 주일미군사령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2000년부터 해외주둔 미군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구상 아래 기지 감축에 나서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한 것도 북의 장사정포 사정권에서 벗어나 전쟁이 발생하면 자동 개입하는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 구호는 울고 싶은 미국의 뺨을 때려 준 셈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6·25전쟁 발발 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애치슨 라인’(동아시아 군사방위선에서 한반도를 제외시킨 딘 애치슨 당시 미 국무장관의 구상)이 미일 군사동맹의 강화 속에서 재현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작전통제권 환수의 뒷감당은 자신들이 아닌 국민이 해야 한다는 것을 노 정권 사람들은 알기나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