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주변국과 정치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예술교류는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지휘봉을 잡게 됐습니다.”
광복절이자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8월 15일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인 오충근(47·사진) 고신대 교수가 도쿄(東京) 시내 도쿄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하트풀(heartful) 콘서트’에서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올해로 17회째인 하트풀 콘서트는 도쿄필이 매년 종전기념일에 전쟁을 반성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마련하는 연주회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1989년부터 시작된 이 음악회는 일본 유명 TV 토크쇼 진행자이자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친선대사인 구로야나기 데쓰코(黑柳徹子) 씨가 진행해 왔다.
오 씨는 지난해 5월에도 부산에서 열린 도쿄필 내한 연주 때 도쿄필을 지휘한 바 있다. 당시에도 독도 파동과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로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었다. 그는 “당시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지휘했던 것에 대해 도쿄필 측이 감사 의사를 표시해 왔고, 올해 도쿄에서 지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도쿄필하모닉은 1911년 창단된 일본 최고(最古)의 오케스트라. 하트풀 콘서트에서 외국인 지휘자가 도쿄필의 지휘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중 1악장’, 비제 ‘아를의 여인 모음곡’, 로시니 ‘도둑까치 서곡’, 스트라빈스키 발레 조곡 ‘불새’ 등이 연주될 예정이다. 또한 앙코르 곡으로는 반전과 평화의 의미를 담고 있는 존 레넌의 ‘이매진’과 북한 작곡가 최성환이 편곡한 ‘아리랑’이 연주된다.
오 씨는 “북한 작곡가가 편곡한 ‘아리랑’을 남한의 지휘자가 지휘하고, 일본 오케스트라가 연주함으로써 주변국 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겠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