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선거일이었던 5월 31일 충남도의회 출입기자들에게 수개월 전까지 도의회 의장을 지냈던 박동윤(태안) 도의원의 e메일이 날아들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충남에서 처음으로 5선 의원의 영예를 안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당선 얘깃거리를 준비하고 있던 기자들은 당연히 이 선거 결과를 눈여겨봤다.
하지만 국민중심당 후보로 출마한 박 전 의장은 다선 경력에도 불구하고 낙마했다.
박 의장을 비롯해 충남도의회 의장을 지낸 의원들이 그 다음 선거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거나 중도 하차하면서 “충남도의회 의장 직에 선거 저주가 붙었다”는 ‘의장괴담’이 도의회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991년 초대 의장을 지낸 이대희 의원은 차기 도의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으나 그 다음 지방선거에서 보령시장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5대 의장과 6대 전반기 의장을 역임한 이종수 의원은 7대 지방선거에서 공천문제 등이 겹치면서 출마조차 못했다.
6대 후반기 의장을 지낸 김재봉 의원은 7대 도의원에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물거품이 됐다.
2002년 시작된 7대 의회에서 박동윤 의장에 앞서 전반기 의장을 지낸 이복구 의원도 서산시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충남도의회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다선 경력으로 의원의 최고 정점까지 지낸 의장 출신보다는 후배들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최근 8대 의장에 선출된 김문규 의원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받았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듣고 있고 염려도 된다. 명예롭게 물러나기 위해 다음에 나오지 말아야 할까 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