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열린 '새로운 대북관계정립을 위한 시민사회 집담회. 선진화국민회의 제공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히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적 북한지원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 운동의 핵심 멤버들이 햇볕정책 등 우리 정부가 8년간 유지해온 대북 유화정책은 ‘실패작’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송월주 스님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의 속임수에 당했다”며 “김일성이 김구 선생을 이용했던 것처럼 북한은 김대중 정주영을 다 이용해 먹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20일 서울 정동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는 선진화국민회의가 주최한 ‘대북관계, 이대로 좋은가’를 제목으로 집담회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송 전 총무원장 외에도 강문규 지구촌 나눔운동 이사장,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서경석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등 시민사회 지도자 및 원로 20여명이 모여 한국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벌였다.
송월주 스님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방북 후에 국토통일고문회의를 열어 김정일을 설득한 얘기, 답방을 약속한 점 등 6.15남북공동선언 체결에 대해 설명했다”며 “당시 그 말이 그럴 듯 했고 저 또한 믿고 따랐다”고 일종의 ‘자기반성’을 했다.
스님은 그러나 “지금은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속은 것이라고 본다”며 “북한이 주체사상에 입각해서 통일하려는 근성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가 상대해봤자 속기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님은 “김대중 방식은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금도 노무현 정부는 햇볕정책을 이어가며 교류협력에 치중하는데, 감상적으로 북한을 따라가다간 계속 실패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핵심 인사인 강문규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도 “정부는 균형을 잡고 북한이 뒤통수를 치는 일이 다신 없게 해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강 이사장은 “미사일 발사 이후 정부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왔다”며 “정부는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대북선제공격은 분명히 반대하고, 6자 회담을 최우선으로 인도주의적 지원과 북한 인권 문제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북한의 선군정치를 언급하면서 “북한이 90년대 중반부터 외친 ‘선군정치’를 바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며 “98년 북한 헌법 개정은 일종의 군사 쿠데타로 지금 북한은 김정일, 연형묵을 제외하곤 주요인사가 전부 군 출신으로 짜여진 ‘군사정부’다. 박정희는 기를 쓰고 비판하면서 북한은 찬양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서경석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는 “송월주 스님과 강문규 이사장은 저와 함께 대북지원에 앞장서 온 분들인데, 이런 말씀을 하게 되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돈 주면서 하는 대북교류는 있어선 안된다”며 “이번 기회에 미사일 개발비용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비료나 식량을 주더라도 철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 전 경실련 공동대표는 “6.15성명을 통해 통일문제를 낙관적으로 생각해 왔는데 이번에 미사일 사태를 보고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북한은 우리를 민족 공조의 대상이 아닌 ‘전략 전술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유엔 결의가 세계의 여론이고 공론인데 이마저도 애매하게 받아들이는 정부의 태도는 결국 국론 분열을 가져올 뿐”이라며 “일본에 대한 태로 만큼 북한에 대해서도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현 선진화국민회의 위원장은 “남한정부 수립 이후 국가정체성과 어긋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대북문제를 흔들어대기 때문에 엄청난 국가적 혼란과 분열이 있었다”며 “남북문제는 통일부 장관 혼자서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연 변호사도 “대통령이 안보에 초연한 듯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고만 받는 것은 헌법적인 의무를 저버린 ‘안보 한정치산 선고’”라며 “북한은 평화통일의 당사자지만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다. 거기서 사정거리 미사일이 발사됐다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대북 정책의 전환을 위해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준수 등 국제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 △인도적 지원과 북한 인권 문제 연계 △대북 지원 시 모니터링 실시 △금강산 관광 일시 유보 △통일부 장관의 NSC 의장 겸직 금지 등을 주장했다.
회의를 진행한 서경석 대표는 이날 나온 논의 내용을 정리해 원로 및 시민사회 인사들의 공동 성명으로 이달 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