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난이 극심하던 1990년대 중후반 아이를 죽여 인육을 먹는 등 참극이 빚어졌다는 탈북자의 증언이 나왔다.
올 5월 탈북자로는 처음으로 '비정치적 망명'이 허용돼 3개월째 미국에서 생활중인 탈북자 6명(본보 5월 22일자 A1면, 6면 기사 참조)은 19일 워싱턴 미 상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미국 망명 과정에 도움을 준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공화·캔사스주)의 주선으로 이뤄진 이날 회견에서 이들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야구모를 눌러쓴 채 증언했다.
1997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다가 3번이나 북송을 당했던 신요셉(가명·32)씨는 "1996년 직접 보고 들은 일"이라며 끔찍한 인육사건을 회고했다.
"우리 집 옆 동네의 장마당(시장)에서 순대를 팔던 부부가 있었다. 이들은 부모들이 식량을 구하러 간 동안 장마당에서 빌어먹던 아이 13명을 죽였다. 그 후 아이들의 내장으로 만든 순대를 팔다가 적발됐다. 나도 사먹었었는데…. 13번째 죽은 아이를 발견했을 때 어느 집 아이인지를 알 수가 없어서 학교 마당에 아이의 머리를 두고 전교생에게 직접 확인시키기도 했다. 동생 찬미도 이를 목격했다."
요셉 씨는 또 "중국에서 공안에 잡혀 북송된 뒤 수용소의 지하 10m 감방에서 6개월간 지냈다. 몸이 공중에 매달린 채 매질을 당했으며 고문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평양 어린이들의 현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학생이 30명인 반에 교과서가 10권 정도만 공급된다. 유엔에서 과자가 지원되는 데 교원과 교장이 (중간에서) 떼어먹어 학생들에겐 일부만 지원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도중 방청석에서 "한국 측 햇볕정책의 실효성을 북한 땅에서 느낄 수 있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찬미 양은 "한국에서 북한에 물자지원을 많이 하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주민들에게는 혜택이 오지 않았다. 전쟁준비나 핵무기를 만드는데 쓰이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식의 지원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