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축제인 독일 월드컵은 이탈리아의 우승으로 끝났다. 한국과 무승부를 기록했던 프랑스는 준우승, 개최국 독일은 3위를 차지해 국경을 맞대고 있는 3개국이 석권하는 잔치가 됐다.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우어는 1974년 주장으로서 우승, 1990년 감독으로서 우승에 이어 2006년에는 조직위원장으로서 성공적으로 대회를 이끄는 16년 주기의 기적을 이루어 냈다.
독일 통일의 주역 헬무트 콜 총리의 베켄바우어에 대한 덕담은 유명하다.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데 한 학생이 계속 줄서기를 반복해 다시 나타나자 콜 총리가 “왜 다섯 장이나 받고 또 오느냐”고 물었더니 앞으로 네 장을 더 받아야 친구가 가지고 있는 베켄바우어의 사인과 바꿀 수 있다고 대답했다면서 총리와 황제의 차이라며 베켄바우어를 치켜세웠다.
유럽과 남미를 중심으로 하는 축구의 열기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확산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4강 진출은 코리아의 브랜드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인 쾌거였다.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아깝게 놓쳤지만 결승에 진출한 프랑스와 무승부를 기록한 예선 최대 이벤트는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를 보여 주고 있다.
한국축구는 한국기업과 함께 국제무대에서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는 주역이 되고 있다. 삼성, LG, 현대자동차의 우수 제품 및 대형 입간판들과 함께 다부진 체격과 강인한 체력의 한국축구는 ‘코리아’의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 주고 있다. 정부가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 국가이미지를 제고한다고 나서고 있지만 기업과 축구가 창조하는 ‘코리아’와는 견줄 바가 아니다.
기업과 축구는 우수 인재에 의해서 성패가 결정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유소년 시절부터 교육과 훈련을 통해 기술과 체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들을 공정하고도 차가운 경쟁에 의해 선발해야 기업과 축구가 발전할 수 있다.
축구감독의 성패는 경기마다 출전선수 명단을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선수층이 넓어지는 대학팀 감독만 해도 학부모의 집요한 청탁과 협박에 시달리게 되고 금품수수를 고발하는 투서가 난무한다. 감독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선수 선발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임면과 보상을 경기의 승패와 철저히 연계시키는 수밖에 없다.
기업의 경우도 연고에 의한 정실인사를 일삼는 기업은 실패하고, 유능한 인재를 널리 모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기업은 성공한다. 기업주가 인사권을 전횡한다는 뜻이 담긴 ‘황제경영’이란 단어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 환경을 간과한 우스갯소리다.
축구를 망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선수를 똑같이 골고루 기용하고 프로선수에게 동일한 연봉을 주도록 선수들이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선수들이 투표에 의해 출전선수를 선발하거나 권력 청탁에 의해 낙하산 선수를 기용하는 것도 축구를 손쉽게 망가뜨릴 수 있다. 기업도 축구와 다를 바 없다. 자신이 올린 성과와 무관하게 보수를 받고 연한이 차면 똑같이 승진하는 시스템이 작용한다면 그 기업은 필히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과 축구는 시너지효과의 대표적 사례이다. 기업들의 경제적 지원 없이는 오늘의 축구강국 코리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1988 서울 올림픽과 2002 한일 월드컵의 유치에는 현대그룹을 배경으로 하는 정주영, 정몽준 부자의 ‘현대식’ 추진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대 계열사를 비롯해 삼성, 포스코, GS, SK 등의 수지를 따지지 않는 재정지원 없이는 프로축구 유지가 어렵다.
월드컵의 열기를 프로축구에 확산시켜야 한국축구의 미래를 펼쳐 나갈 수 있다. 프로축구의 열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박주영 선수와 같은 젊은 피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들과 프로구단의 유소년 축구를 비롯한 중고교 및 대학축구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국제무대에서 우리 기업의 축구와의 연결도 성공적이다. 삼성전자와 첼시, LG전자와 독일 대표팀 간의 후원 계약 및 현대차의 독일 월드컵 공식후원도 ‘코리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기업과 축구가 함께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나아가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