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남자들’이 떠나고 있다.
대통령 후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던 친노(親盧) 인사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속속 등을 돌리고 있다. 여권에서는 “그 많던 친노 인사들이 어디에 갔을까”란 자조마저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노무현 정부 초기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상지대 서동만 교수는 최근 북한 핵 및 미사일 발사 사태 등과 관련해 현 정부가 ‘자화자찬’하다가 문제를 그르쳤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경북대 이정우 교수는 노 대통령이 최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단 서명운동을 주도하며 맞서고 있다. 그는 대통령 후보 자문교수단,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쳐 2003년 10·29부동산정책 등 정부의 경제정책 입안을 주도했다.
또 한미 FTA 협상 중단 요구 서명자 명단에는 박태주 전 대통령노동비서관,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의 남편인 충남대 박진도 교수와 강원대 이병천 교수 등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소속 교수들도 들어 있다. 노 대통령의 ‘경제 교사’들이 노 대통령의 핵심 정책에 반기(反旗)를 들고 나선 것이다.
한미 FTA 관련 정책은 물론 노 대통령 주변의 386 참모에 대해서도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정태인 전 대통령국민경제비서관은 2002년 대선 때 노 후보 자문그룹으로 참여했고, 대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발탁돼 청와대로 들어갔던 ‘노무현 맨’이다.
이들 친노 인사들의 정부 비판 핵심에는 ‘이데올로기 갈등’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수 진영 인사들의 참여정부 비판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좌파 또는 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노 대통령에게 개혁을 기대하고 현 정부에 참여했으나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고 비판세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개혁이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대한 애증의 표현이라는 얘기다.
특히 노 대통령이 좌파 신자유주의 정권을 자처하며 한미 FTA 체결을 서두르는 데 대해 좌파 지식인들이 경제의 미국 종속 및 양극화가 확대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과 ‘노무현의 남자들’의 이반현상이 맞물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좌파 지식인들은 “노무현 정부의 얼치기 정책 때문에 좌파의 재집권을 요원하게 만들었다”고 불만을 나타낼 정도다.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 소속인 고려대 임혁백 교수는 “진보적 정권인데 (현 정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본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정책과 어긋나게 가자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권 일각에서는 친노 인사들의 대통령 비판은 ‘권력 핵심에서 밀려난 데 대한 반작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전직하한 데다 비판 여론이 거세진 데 따른 자기 살길 찾기라는 얘기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