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와 악어가 플라밍고 깃털로 만든 분홍 돌고래 인형을 뒤집어쓰고 웅고를 놀래고 있다. 그림 제공 우리교육
◇웅고와 분홍 돌고래/김한민 글·그림/40쪽·9500원·우리교육(4∼6세)
웅고는 노랑머리의 흑인 소년.
하마랑 악어와 단짝 친구이다.
셋은 분홍 돌고래를 보러 가기로 약속하고 울창한 원시림 속을 한참 걸어 늪에 도착한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보이지 않는 분홍 돌고래. 덜컥 의심이 든다. “분홍 돌고래를 못 본다면?”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분홍 돌고래를 보기 전에는 집에 안 가.”(웅고)
“난 악어거북이라도 보면 집에 갈 거야.”(악어)
“난 배가 고파지면 집에 갈 거야.”(하마)
나뭇잎 멀리 던지기 놀이가 싫증나도록, 기다리다 지쳐 목이 늘어지도록 분홍 돌고래는 보이지 않는다.
“저기 봐, 악어거북이다!” 셋 중 포기가 가장 빠른 건 악어다. 있지도 않은 악어거북을 본 양 소리를 지른 뒤 악어는 룰루루 자리를 뜬다.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 하마도 악어 뒤를 따른다.
이제 웅고 혼자다.
악어와 하마만 보이던 웅고의 눈에 그제야 짙푸른 원시림이 들어온다. “개골개골” “끼익끼익” “꼬르륵꼬르륵” 늪에는 웅고 혼자가 아니었다. 온통 분홍 돌고래 생각뿐이던 웅고는 늪 주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풀잎을 나르는 개미, 눈이 빨간 방울개구리, 숨바꼭질하는 개미핥기를 구경한다. 분홍 돌고래 탐험의 절정은 웅고가 물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발견하는 대목.
“와, 물에도 내가 있네.”
이제 웅고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중 나온 친구들이 분홍 돌고래를 봤느냐고 묻자 웅고가 웃는다. “본 거나 다름없어”.
아마존의 신비스러운 동물 분홍 돌고래와 흑인 소년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는 불교적 깨침을 전달하는 솜씨가 놀랍다.
지은이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스리랑카 덴마크 페루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형과 함께 페루 아마존을 탐험한 체험은, 오일 파스텔로 그린 물 마시는 카피바라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악어의 낙천적 표정에서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웅고가 분홍 돌고래를 기다리는 늪은 아마존이 아니다. 아프리카 남미 북미 아시아의 모든 동식물이 공존하는, 지은이가 그려낸 가상의 유토피아 ‘곤드와나’이다. 웅고는 아프리카 민요에서 따온 이름이고, 하마는 진짜 하마가 아니라 덩치가 자그마한 피그미하마를 닮았다고 지어준 강아지 이름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