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100여 곳… 지금은 명맥만
셀프 세차에 동전 빨래방, 스스로 조립하는(DIY) 가구.
이처럼 셀프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유독 날개를 펴지 못하는 셀프 업종이 있다. 한때 100곳 이상 생겼으나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셀프 주유소다. 전국 1만1500여 개 주유소를 통틀어 셀프 주유소는 10여 곳. 미국 독일은 전체 주유소의 90% 이상이 셀프 주유소이고 영국도 70%를 넘는다.
고객들은 비싼 기름값 때문에 가격이 싼 셀프 주유소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유사들은 셀프 주유소에 대해 부정적이다.
○ 안 팔리니 못 만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셀프 주유소가 부진한 데 대해 “일반 주유소보다 L당 50원가량 싸게 넣을 수 있다지만 20L를 넣어도 10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그 정도 가격차로 운전자들이 손에 기름을 묻히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연구위원은 “서비스 받는 데 익숙해 있는 소비자가 이를 포기했을 때 느끼는 불편 비용이 비용 절감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것도 단점이다. 일반 주유기는 대당 500만∼1000만 원인 데 비해 셀프 주유기는 2300만∼2700만 원에 이른다. 게다가 주유 공간도 셀프 주유소가 2배 이상 더 필요하다.
소비자 책임 논란도 셀프 주유소를 경영할 때 겪는 어려움이다. 셀프 주유소인 경기 안양시 석수동 SK㈜ 주유소의 신우성 소장은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는 사고가 생겨도 고객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싼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도 많다
안양시에 직장을 둔 회사원 배상균(39) 씨는 “회사 부근의 셀프 주유소를 가끔 이용하는데 손수 기름을 넣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차가 지금보다 좀 더 나고 쉽게 찾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셀프 주유소를 늘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임기상 대표는 “현재 주유소의 이윤이 6% 정도여서 개별 주유소가 초기투자비를 감당하면서 셀프 주유소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며 “정유업체의 직영 주유소를 중심으로 셀프 주유소를 늘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장기적으로 셀프 주유소를 전체 주유소의 1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