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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일부-민주당 통합논의 물밑접촉…‘헤쳐 모여’ 폭풍 부나

입력 | 2006-07-22 02:57:00


열린우리당 일부 세력과 민주당 사이에 통합 문제를 놓고 물밑 논의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은 지난주 초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양당 통합 문제 등에 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눴다고 두 사람이 21일 밝혔다. 물론 두 사람이 전하는 논의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본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 고문은 당시 ‘열린우리당 중진들이 탈당하기로 합의가 됐으니 힘을 모아 정치의 새판을 짜자’고 제의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정 고문의 제안에 대해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지 않고, 탈당 얘기를 꺼내면 오히려 ‘당신들이 나가라’고 할 텐데 그 문제는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정 고문은 “노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겠다면 우리가 탈당을 하도록 만들겠다. 더는 함께 갈 수가 없다”며 “민주당과 함께 정계 개편을 하자”고 답했다는 것.

또 정 고문은 이 자리에서 이달 초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해 노 대통령에게 “민주당과 함께하기 위해서라도 8·15 특별사면에는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건의한 일도 소개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평화민주세력이 통합해야 한다는 데는 정 고문 의견에 동의하지만 민주당 분당을 주도한 사람들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게 저의 생각이며, 이를 정 고문에게도 정확히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또 한 대표는 “5·31지방선거 이후 호남 출신을 중심으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민주당 입당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한 대표가 지칭한 ‘분당 책임 인사’에 대해 열린우리당 정동영 신기남 전 의장, 천정배 법무부 장관 등 이른바 ‘천신정’과 친노(親盧) 인사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고문은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로 위로차 만나 점심을 같이하면서 ‘서로 갈려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 이러다 한나라당에 정권이 다 넘어가게 생겼으니 힘을 모아 잘해 보자’는 얘기를 지나가는 덕담 차원에서 나눈 것뿐”이라고 뉘앙스가 다른 말을 했다. 정 고문은 열린우리당 중진들의 탈당 움직임에 관해서는 “전혀 그런 얘기는 없었다”며 “무슨 합의도 없었다. 열린우리당 당무에 관여하지 않고 있는 내게서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부인했다.

두 사람과 가까운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내가 만남을 주선한 것은 사실이나 두 분이 실제 무슨 말을 나눴는지 모른다”면서도 “오히려 더 중요한 얘기가 있었을 듯싶다”고 여운을 남겼다.

결국 두 사람의 회동에서는 양당의 통합 문제를 포함해 정계 개편에 관해 폭넓게 논의된 만큼 향후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합류 폭에 따라서는 일대 지각변동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양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