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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법조비리 수사’ 마찰음

입력 | 2006-07-22 02:57:00


카펫 수입판매업자 김홍수(58·수감 중) 씨의 법조계 로비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이 곳곳에서 충돌하는 등 두 기관의 갈등이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법원-검찰 곳곳에서 충돌=서울중앙지법의 신청사건을 전담하는 형사31단독 이상훈 판사는 21일 오후 2시 김 씨가 수감돼 있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갔다.

김 씨로부터 청탁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조모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이번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현웅)가 각기 신청한 김 씨의 진술에 대한 증거보전 청구를 받아들여 공판 전 증인신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공판 전 증인신문은 검찰의 기소가 있기 전에 사건 당사자의 중요한 진술을 판사 앞에서 미리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 1년에 3, 4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 게다가 증인이 신문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담당판사가 직접 구치소까지 찾아간 것은 더욱 이례적이다.

검찰 수사 초기 조 부장판사 등에게 사건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했던 김 씨는 최근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조 부장판사는 자신에게 유리한 김 씨의 최근 진술을 증거로 확보해 놓기 위해 19일 증거보전을 신청했다. 이어 검찰도 20일 김 씨의 수사 초기 진술을 증거로 보전하기 위해 곧바로 신청을 내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물론 김 씨는 20일에 이어 21일에도 증인신문에 응하지 않겠다며 거부해 신문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앞서 서울고법 형사5부 심리로 열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 공판에서도 재판부는 검찰 측에 “이대로는 피고인들(허태학 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의 배임 행위의 사실관계조차 확정할 수 없다”며 검찰 측에 추가 석명(釋明)을 요구했다.

▽법원 반발 고조=이 같은 충돌은 검찰의 수사 방식에 대한 법원의 반발 기류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특수1부 소속 검사 4명 외에 검사 3명을 추가로 이 사건에 투입해 총 7명의 검사를 동원한 저인망식 수사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법원을 자극하고 있다.

일선 판사들은 검찰이 조 부장판사를 6차례나 소환 조사한 데다 5년치 은행 거래 명세를 추적하는 것은 물론 부인 등 주변 사람 6명의 통화기록까지 샅샅이 뒤지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다 검찰이 조 부장판사 자택 근처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녹화테이프까지 압수해 분석하고 나서자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검찰은 “수사가 늦어지는 건 당사자가 함께 술을 마신 동료, 후배 판사 등에게서 받은 사실확인서를 제출하고 이들에 대해 모두 조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라는 점에서 자택 압수수색도 하지 않고 최대한 예우하고 있다”며 “그러나 범죄 혐의가 있는 경우 판사든, 검사든 철저히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