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간부들 경찰 이송경북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사태가 종료된 21일 오전 이지경 노조위원장(가운데) 등 노조집행부 간부들이 경찰에 체포돼 이송되고 있다. 포항=전영한 기자
“포스코는 외국인 지분이 70%입니다. 철강산업의 국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불법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거 공기업일 때와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포스코는 본사가 점거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민주노총이 대규모 시위로 압박하는데도 “노사협상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에서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이는 파업에 대해 포스코가 예전에 보여 온 태도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1989년 설립된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는 거의 매년 노사교섭 당사자가 아닌 포스코를 상대로 파업을 벌였다. 그럴 때마다 포스코는 건설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파장을 우려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으로 파업을 무마하곤 했다.
포스코는 2004년 건설노조가 40여 일 동안 과격한 시위를 벌이자 노조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때는 포항제철소 안에 첨단 제철신기술공법인 파이넥스 공장 설립 공사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이번에도 건설노조는 예년보다 투쟁 강도를 높여 본사 점거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포스코를 압박했다. 점거사태가 하루 이틀 지나면서 “본사가 점거되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포스코가 결국 타협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가 투자한 공기업일 때는 파업이 발생하면 정부를 비롯해 안팎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지만 민영화 이후에는 회사의 국제경쟁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사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2003년 6월 선포한 ‘포스코 윤리경영’이 정착 단계에 접어들면서 노조의 불법 파업을 비롯해 직원의 부조리 문제 등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게 포스코 안팎의 평가다.
윤리경영은 임직원의 일하는 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국제기준)’로 변하지 않으면 치열해지는 세계 철강업계와의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의 표현이다. 포스코 기업윤리실천사무국 관계자는 “윤리경영은 회사의 지속발전을 위한 중요한 경영전략”이라며 “미국에서도 기업경영에서 윤리와 원칙이 실종되면 대기업도 순식간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구택 회장은 점거사태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번질 수 있었던 20일 1만9000여 포스코 직원에게 ‘CEO(최고경영자) 메시지’를 보내 “이런 때일수록 냉정한 자세로 불법에 대처하고 법과 원칙을 분명히 세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결국 민영화가 이번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도리어 결속력을 다질 수 있었던 원인으로 꼽는다. 몇몇 직원은 “경영진이 이번에 노조와 적당히 타협했다면 직원들의 큰 반발을 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