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씨(왼쪽)와 김용걸 씨. 사진 제공 김미애 씨
무용계 ‘스타 커플’이 한 무대에 선다.
한국 발레계의 간판스타인 발레리노 김용걸(33·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 씨와 국립무용단의 주역 무용수인 김미애(32) 씨. 정동극장(02-751-1500)이 젊은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아트 프런티어’ 시리즈의 마지막 기획으로 다음 달 19, 20일 ‘김미애 위드(with) 김용걸’편을 무대에 올린다.
올해로 9년째 사귀고 있는 ‘오래된 연인’인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서는 무대란 점에서 화제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김용걸 씨가 춤으로 구상하고 안무도 연인과 함께 했다. 파리에서 활동 중인 김용걸 씨는 이번 공연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
“원래 무용수 부부들은 함께 작업을 잘 안 한대요. 작업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싸우게 된다고요.(웃음) 하지만 다시 오기 힘든, 귀한 기회인 만큼 꼭 하고 싶었어요.”(김용걸)
“둘이서 한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했지만 서로 장르가 달라서 꿈에 불과했는데 무대 위에서 함께 춤을 추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해요.”(김미애)
김용걸 씨가 붙인 공연 제목은 ‘회색빛 하늘’. 발레를 위해 사랑하는 연인을 뒤로 한 채 택한 파리행. 세계 최고 발레단으로 꼽히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유일한 동양인 발레리노로서 마침내 주역을 따내기까지 겪어야 했을 외로움이 물씬 풍겨난다.
“힘들 때 파리의 회색빛 하늘을 올려다보면 한국에 남겨진 여자친구 생각이 났어요. 우리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하려 하니 그 우울하고 슬픈 느낌이 떠올라 그렇게 제목을 붙였어요. 이 작품도 떠나는 연인과 남겨지는 연인에 대한 이야기죠.”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997년. “국립극장 복도에서 우연히 미애 씨를 보고는 한눈에 반해서 엄청 쫓아다녔죠.”
“그때 저는 신입단원이었던 터라 용걸 씨가 아무리 적극적으로 다가와도 관심을 갖지 않았죠. 그러다가 용걸 씨가 공연한 ‘파키타’를 보고 반했어요. 그 후로는 오히려 제가 전화를 더 기다리게 됐죠(웃음).”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통화한다는 두 사람은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