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정비서관실이 지난 5년간 '청와대 사칭사건'을 심층 분석한 결과와 피해사례별 특징 및 '판별법'을 2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청와대 사칭사건'이란 대통령과 친인척 또는 청와대 비서실 직원과의 친분을 빙자 또는 청와대 직원임을 사칭해 이권에 개입하거나 금품을 사취하는 유형의 범죄를 말한다.
사정비서관실 관계자는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청와대는 '권부'라는 신비감이 있기 때문인지 사기당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관련 활동에 착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2001년부터 5년간, 청와대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취급한 59건의 청와대 사칭사건에 관한 수사기록을 정밀 검토, 분석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사칭범죄 통계 =5년간 발생한 59건의 사건을 유형별로 보면 대통령 내외와 청와대 근무자 등과의 친분 및 친인척 관계를 사칭한 사건이 3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비서실과 경호실 직책을 사칭한 사건이 19건, 대통령과 비서실 직원과의 친분 관계를 내세우는 빙자사건이 5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사건당 피해액수는 2000만원~5000만원 10건, 1억원~2억원 9건, 3억원~5억원 8건
순으로 집계됐다. 10억원 이상도 4건이었다.
청와대는 "다액피해 사건은 주로 고위직 인사 및 이권 청탁, 청와대 비자금 조성, 지하자금 양성화 등 명목으로 편취한 사례가 대다수"라며 "식사, 접대비용 등 다양한 명목으로 100만원, 200만원 단위의 돈을 여러차계 받아 챙기거나 양복을 얻어 입은 사례도 상당수"라고 밝혔다.
◆사칭사건 특징 = 대다수 피해자들이 "당시에는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할 정도로 치밀하고 조직적인 전문사기단 범행이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들의 사기수법을 보면 ▲대통령 등 유력 인사의 `특보'나 `비선 보좌관'등의 직함을 사용하거나 `민정' `사정' 등 언뜻 힘 있어 보이는 부서 명칭을 주로 사칭하고 ▲휴대폰에 입력한 전화번호가 유력 인사의 번호인 것처럼 속이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처럼 행세하며 ▲청와대 방문 기념품을 나누어준다는 것.
이와함께 대화 중 휴대폰이 울리면 상대방이 유력인사인 것처럼 호칭을 부르거나 ▲청
와대 안내실까지 피해자와 동행해 청와대 인사와 특별한 관계인 것처럼 행세하거나, 청와대 앞까지 함께 왔다가 거짓으로 전화한 후 "지금은 바빠서 만나지 못하겠다"라고 둘러대기도 하며 ▲ `비밀'이라면서 "다른 사람들이 알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라고 강조해 피해자들이 다른 경로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을 차단하는 수법도 동원한다.
◆진위 판별방법 = 청와대의 직책을 사칭하는 사람들은 주로 `특보' `비선 보좌관'의 직책을 악용하고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사정팀 국장'을 사칭한 40대 피의자(사기 등 전과 5범)가 대표적인 케이스. 그는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를 데리고 다니면서 청와대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하는 방문 기념품인 손목시계 등을 대통령 선물이라고 상대방에게 건네 자신의 신분을 믿게 한 뒤, 금융기관 대출 알선, 공공시설물 내의 매점 운영권 등을 따주겠다고 속여 피해자 8명으로부터 현금 등 총 4억3000여만 원을 챙겼다.
또다른 40대 피의자(사기 등 전과 13범)는 `청와대 지하자금 담당 국장'을 사칭,역대 대통령들이 감춰둔 지하자금을 양성화시켜 통일자금으로 사용토록 하라는 `대통령 특명' 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해주면 대통령 하사금으로 바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1억7000여만원을 가로 챘다.
이와 함께 청와대 비서관이라며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거나 승용차에 청와대 상징표지를 부착하는 행위, 비서실 직원 명단을 보여주거나 청와대 직제에 없는 비서관 명함을 사용하는 행위도 사기범들이 잘 쓰는 수법으로 소개됐다.
청와대는 "만약 주위에서 청와대를 거론하면서 이권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금품을 요구할 경우에는 청와대 민원전화(02-737-5800)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진위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