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관방장관이 패전기념일인 8월 15일에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지 않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5일 북한의 무더기 미사일 발사와 21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의 자민당 총재선거 불출마 선언으로 굳어진 ‘독주체제’를 더욱 튼튼히 하기 위해서다.
아베 장관은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2004년과 간사장 대리였던 지난해 패전기념일에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장관의 참모들은 △총재선거 등에서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는다 △참배 여부를 말하지 않는다 △8월 15일 참배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아베 장관도 8월 15일에 참배를 하면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쟁점이 돼 국익에 반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가 총리가 된 뒤에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을지는 불투명하다. 아베 장관은 4월의 봄 예대제(例大祭)와 10월의 가을 예대제에는 참배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근대 이후의 전몰자를 추도하기 위해서는 태평양전쟁이 끝난 날보다 봄가을의 예대제가 적절하다’는 게 아베 장관의 지론이다.
많은 정치분석가는 그가 8월 15일 참배를 피하면 설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이날 참배를 강행하더라도 선거전 승부를 좌우할 정도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후쿠다 전 장관의 불출마 선언으로 사실상 경쟁 상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과 함께 ‘4인방’으로 거론돼 온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과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은 출마에 필요한 지지는 확보했지만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반(反)아베파 자민당 의원들은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방위청 장관과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경제재정상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승산이 거의 없다는 것.
도쿄신문이 21일 자민당 의원 403명을 분석한 결과 170명이 아베 장관을 지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230여 명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았으나 후쿠다 전 장관의 불출마 선언으로 상당수가 아베 장관 지지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도쿄신문은 예상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