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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인석]영어수업 ‘수준별 교육’이 효과적

입력 | 2006-07-24 03:03:00


직장인이 실무에 필요한 영어 구술능력을 갖추려면 4000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것도 2, 3년간 원어민이 10명 안팎의 학생을 가르치는 전문 연수기관의 프로그램으로나 가능하다. 국내 초중고교와 대학의 영어수업 시간 및 개인적 학습 시간을 통틀어도 2000시간에 못 미치는데 이것도 14년에 걸쳐 하므로 효과가 미미하다. 이렇게 부족한 시간으로는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기가 어렵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개정 영어 교육과정안을 14일 공청회에 부쳐 의견을 수렴했다. 최종안을 8월 말경 고시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확정 고시되면 교과서 개발에 착수하며 검정 과정을 거친 후 2009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차기 영어 교육과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다음과 같이 교육여건을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초등학교 영어 수업 시간을 증가시켜야 한다. 현행 7차 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차기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3, 4학년에 주당 1시간씩, 5, 6학년에 주당 2시간씩으로 수업 시수를 정하고 있다. 그러나 3, 4학년에 주당 1시간씩의 수업으로는 실제적인 효과를 내기가 어려우므로 주당 2시간으로 늘려야 한다. 또 학교에 멀티미디어 영어 전용 학습실을 2, 3개씩 만들어 학생이 수업 중은 물론이고 과외 시간에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학습 시간을 크게 늘려야 한다. 멀티미디어 영어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풍부하게 개발 보급해야 함은 물론이다.

수준별 교육과정을 이번에는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 학교장 재량으로 수준별 이동수업을 시범 실시한 학교는 대다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준별 교육과정이 우열반 편성과 같은 과거의 폐단을 다시 재연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학급 내 학생 간의 수준차가 너무 큰 현실을 감안하면, 수준별 수업만이 최상의 교육방법이다.

또 교과서 이외에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준별 교재의 보급이 필요하다. 현재는 학생용 교재와 오디오 테이프밖에 없다. 이 밖에도 수준별 학습 자료, 수준별 워크북, CD롬 타이틀을 개발해서 공급한다면 학생은 가정학습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는 정부가 개발 보급한 CD롬을 의무적으로 이용해 영어를 가르쳐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중고등학교는 멀티미디어 자료 사용을 교육과정에 명시하지 않아서 활용이 지극히 형식적이었다. 공청회에 상정된 교육과정안에서도 멀티미디어 수업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는데, 영어학습의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CD롬과 인터넷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CD롬이나 인터넷 프로그램은 무작위 접속과 무한 반복이 가능하고 다양하면서 현장감 있는 자료를 제시할 수 있고 원어민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어는 지식을 배우는 교과목이 아니라 의사소통능력을 개발하는 교과목이다. 의사소통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반복과 체험학습이 필수이다. 차기 교육과정에서는 학생이 양질의 다양한 교재로 각자의 수준에 맞는 학습을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김인석 동덕여대 교수 영어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