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후기 나무도깨비.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사진 제공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조선시대 후기 탈 도깨비. 해학적인 미소와 화난 표정을 함께 갖고 있어 탈춤에 많이 이용됐다.
통일 신라시대에 유행하던 기와인 ‘귀면와’. 선인들은 도깨비 웃음으로 잡귀의 침입을 방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사진 제공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도깨비는 무서운 존재일까? 하지만 뱀파이어 늑대인간 강시 등 외국 귀신과 달리 도깨비는 어딘지 모르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익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설화에서 도깨비는 비상한 힘을 가져 무섭기도 하지만 신비한 재주로 사람들을 돕기도 한다. 조상들은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도깨비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뿔이 두 개나 하나 달려 있고 어금니가 튀어나온 얼굴을 하고 있으며 몸은 털로 덮여 있고 쇠방망이를 가지고 다니는 귀신은?
도깨비라고 말하는 이가 많겠지만 사실은 일본 귀신인 오니(おに)다. 김종대(민속학) 중앙대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초등학교 국어독본에 실리면서 그 삽화인 오니가 도깨비로 둔갑했다”며 “광복 이후 교과서에 오니가 그대로 실리는 바람에 마치 그것이 도깨비의 본모습처럼 인식됐다”고 말했다.
그러면 우리 도깨비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 도깨비를 표현한 문화재 130여 점이 전시되는 ‘웃는 도깨비’ 특별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전시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동식) 주최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다음 달 12일까지 열린다.
윤열수 가회박물관장은 “오니는 인간에게 무서운 존재지만 한국 도깨비는 술, 노래, 씨름을 좋아하며 묵과 막걸리를 좋아하는 등 한민족의 보편적인 심성을 반영한 존재”라며 “익살과 해학으로 복을 지켜 주는 존재로 우리 조상들은 도깨비의 힘을 빌려 재앙이나 악을 물리치려 했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웃는 도깨비’ 형상을 볼 수 있다.
도깨비의 형체는 삼국유사 등 문헌과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을 수 있다. 기와에서도 구체적인 형상이 많이 나타난다. 얼굴 모양을 새긴 기와인 귀면와(鬼面瓦·도깨비 얼굴 모양이 새겨진 기와)가 통일신라시대에 사용됐다. 전시에서는 이를 비롯해 조선시대의 것까지 다양한 귀면와를 선보인다. 귀면와의 특징은 무서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다는 점. 박찬수 한국사립박물관협회 회장은 “귀면와에는 신라인의 웃음이 10가지가 넘는 형태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귀면와의 경우 미소 폭소 조소 냉소 비소 대소 등 한국인의 모든 웃음을 다 담고 있다.
한국 도깨비는 종류가 다양하고 외형적으로 일정하지 않으며 귀신과 혼동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보면 양기가 강하면 신성한 존재가 되어 신으로 좌정하지만, 음기가 강하면 귀로 남는다고 한다”며 “하지만 도깨비는 누가 죽어서 되는 귀신과는 다른 존재”라고 밝혔다.
전시에서는 도깨비와 용을 그려 넣거나 조각해 상여를 장식한 반원 모양의 용수판(龍首板), 사찰 건축물의 처마에 그려 넣은 도깨비 얼굴도 볼 수 있다. 조선 후기에는 정자 누각 사당 등 건축물의 창방(昌枋) 위 화반에 꽃 대신 도깨비를 그려 넣기도 했다.
이 밖에 도깨비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인형, 꼭두각시, 장승 등 도깨비 목공예품, 거북선 모양을 닮은 도깨비, 부적이나 상여의 장식물로 활용된 도깨비 문양도 선보인다. 귀신 잡는 개 그림, 청룡도 백호도 해태 등 귀신이나 재앙을 쫓는다는 유물도 함께 전시된다. 무료. 02-3011-2163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