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안양천 제방이 무너지자 지하철 9호선 건설업체 직원들이 청소용 컨테이너를 떨어뜨리고 있다. 안양천 둑은 청소용 컨테이너 2개와 덤프트럭 수백 대분의 돌을 쏟아 부은 끝에 이날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임시 복구됐다. 김미옥 기자
집중호우가 중부지방을 덮친 16일 오전 5시 반경.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지하철 9호선 907공구 안양천 제방이 급류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과 대림건설 직원들은 1시간 반 동안 사력을 다했지만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오전 7시경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10여 개 9호선 공사 참여업체에 ‘SOS’를 쳤다.
경쟁업체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건설업체들은 서둘러 덤프트럭 100여 대와 쇄석 등을 공사 현장에 지원했다.
바로 옆 908공구의 현대건설은 현장에 있던 덤프트럭을 보냈고 굴포천 방수로공사장 바윗돌을 덤프트럭 20여 대에 나눠 실어 날랐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새만금 방조제 공사 현장에서 총 52t의 돌망태를 덤프트럭에 나눠 싣고 안양천으로 향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화호 새만금 등 물막이 공사 경험이 많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며 “유속(流速)이 빠른 물을 막으려면 한꺼번에 많은 돌과 흙을 부어야 하기 때문에 진입로부터 넓힌 뒤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시공업체인 삼성건설과 대림건설 역시 복구 작업에 총력을 다했다.
이날 현장을 지켜본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큰 사고가 터지니까 대형 토목공사를 많이 해 본 현대건설이 역시 ‘이름값’을 하더라”고 말했다.
안양천 제방 긴급 복구에는 1984년 현대건설이 서산 간척지 물막이 공사를 할 때 썼던 ‘정주영 공법’이 다시 이용되기도 했다.
‘정주영 공법’이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서산 간척지 방조제 연결공사를 하면서 천수만의 급물살을 막기 위해 폐(廢)유조선을 가라앉힌 것을 말한다.
안양천 제방 복구 현장을 지휘한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는 무너진 둑을 막기 위해 공사장 주변의 청소용 컨테이너를 무너진 둑 안쪽에 떨어뜨리기로 결정했다.
오전 8시경 첫 번째 컨테이너가 투입됐고 오후 7시 반경 두 번째 컨테이너가 투하되자 물길이 잡히기 시작해 둑은 오후 8시 20분경 임시 복구됐다. 컨테이너는 둑 복구공사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대로 회수할 예정이다.
건설업체들의 ‘합동작전’과 지하철건설본부의 기지가 안양천 제방 붕괴에 따른 엄청난 재앙을 막은 셈이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