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오후 개성공단 안에 설치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에 상주하던 북측 당국 인원 4명을 철수시켰다. 이는 13일 결렬된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이 쌀과 비료 지원을 유보한 데 대한 세 번째 보복조치다.
북한은 19일 이산가족 상봉과 면회소 건설 중단을 선언했고, 같은 날 금강산 면회소 건설을 진행하던 현대아산에 현장 인력 150명을 철수시키라고 요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경협사무소에 근무하는 9명 중 당국 소속인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 인원 4명을 모두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북한은 경협사무소의 남측 인력에 대해서는 남쪽이 판단할 문제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남북 경협과 관련한 당국간 실무협의는 당분간 어렵게 됐다.
통일부는 “북측은 남측 기업과의 사업을 총괄하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에서 파견된 인원은 잔류시킬 것”이라며 “민간 차원의 남북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전망했다.
북측 당국인 민경협은 지난해 6월 북측의 대남경제협력을 총괄하는 장관급 부서로 신설됐으며, 민경협 산하의 민경련은 남측 민간기업을 상대하는 기구로 삼천리총회사, 개선총회사, 새별총회사, 광명성총회사 등 4개 회사로 이루어져 있다.
경협사무소는 남북 기업인이 중국 등 제3국에서 만나던 불편을 덜어 주기 위해 지난해 10월 개성공단에 설치됐다.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사업은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에서, 금강산관광 사업은 현대아산과 북측 명승지종합개발회사 간 협의로 각각 진행되고 있어 직접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쌀과 비료에 대한 지원 재개를 위해 대남 압박책을 단계적으로 쓰고 있는 북측이 향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고려대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는 “개성 시내 관광 사업자를 롯데관광으로 바꿔 주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게 북한의 생각인 듯하다”며 “압박 수위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