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포스코 본사를 9일 동안 불법 점거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의 이지경(39) 위원장과 민주노총 경북본부 간부 2명을 포함한 주동자 58명이 23일 전원 구속됐다.
이번 사건 구속자 수는 현 정부 들어 불법 집회 또는 시위와 관련한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이며, 1997년 6월 한총련 5기 출범식 때 195명이 한꺼번에 구속된 이후 9년 만에 최대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신우정 판사는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영장실질심사와 기록 검토를 거쳐 오후 11시경 58명 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 판사는 영장 발부 직후 내놓은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58명은 이번 포스코 사태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간부 또는 핵심 행동요원들로 시위에 참가한 일반 노조원들과 확연히 구별된다”고 밝혔다.
또 신 판사는 “이들은 위원장을 정점으로 군대식 명칭인 소대, 분대로까지 조직을 세분하고 일사불란한 연락체계를 갖추는 등 계획적 조직적으로 행동했다”며 “포스코 업무 방해와 경찰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등 여러 유형의 범죄를 아우르고 있어 불법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신 판사는 민노총 간부 2명에 대해서는 “점거를 함께하면서 노조원을 선동하거나 이탈을 막는 데 앞장섰다”고 밝혔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이들에게 포스코 본사 직원에 대한 특수감금, 업무방해, 폭력 등의 여러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21일 새벽 점거농성 종료 당시 연행한 적극 가담자 79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또 현장에서 도주한 지갑렬 건설노조 부위원장 등 간부 4명을 수배해 이번 점거 사태와 관련한 구속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불법 폭력의 정도가 심한 데다 사회적으로 미친 파장이 커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 같다”며 “불구속 입건자 중에서도 화염방사기를 만들거나 사용한 부분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