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 사건이 주동자 58명 전원 구속이란 사법처리로 이어지면서 증거물로 압수된 시위용품 13만여 점의 처리 방향도 관심거리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북지방경찰청은 대구지검 포항지청의 지휘를 받아 쇠파이프와 라면 등 시위용품 13만6830점을 불법 행위의 증거물로 압수했다.
압수물은 크게 불법 시위 도중 공권력에 대항하기 위한 장비와 장기간의 불법 점거에 대비하기 위한 음식물로 나뉜다.
시위 장비로는 4m 쇠파이프 318개, 2m 쇠파이프 1642개, 가정용 LP가스통 6개, 각목 521개, 가스통 화염방사기 3개, 안전모 792개 등이다. 음식물은 일반라면 1만2096봉지, 컵라면 1152개, 초코파이 9만720개, 2L짜리 생수 4023개, 0.5L짜리 생수 2만5544개 등이다.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대형 솥도 2개가 압수됐다.
검찰과 경찰은 시위용품 13만여 점은 노조원들이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8일 동안 사용하고 남은 물건이라는 점에서 이번 압수물이 노조원들의 점거가 계획적이었음을 입증하는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검·경은 현재 포스코 본사 로비에 쌓아둔 압수물 주위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관리 중이며, 조만간 제3의 장소로 옮겨 압수물을 보관할 방침이다.
형사소송법과 검찰 압수물 사무규칙 등 압수물 처리 규정에 따르면 범죄의 증거로 압수된 물건은 재판이 끝난 뒤 폐기하거나 매각을 통해 국고에 귀속시킬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라 쇠파이프와 각목, 안전모와 같은 시위용품은 사진으로 기록한 뒤 관련자 재판이 끝나면 폐기처분하면 된다.
그러나 이번 압수물 가운데는 시간이 흐를수록 부패할 수 있는 음식물이 많이 포함돼 있어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문제다. 음식물처럼 부패할 염려가 있는 압수물은 매각해서 돈을 보관하도록 검찰 압수물 사무규칙 132조에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유통기간이 정해진 생수와 라면, 초코파이 등은 관련자 재판이 시작되기 전 공매 절차를 거쳐 매각된 뒤 돈으로 보관되다 국고로 몰수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의 압수물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다른 사람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위조 상표 옷이나 가방과 같이 압수물을 매각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군부대나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압수물을 기증할 수도 있다.
이 사건을 지휘한 성시웅 포항지청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음식물은 매각해 몰수하는 것이 통상적인 처리 절차이지만 아직 압수물에 대한 처리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