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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직업단체의 리얼한 실상' …생활총화 파일 최초 공개

입력 | 2006-07-24 18:07:00


"임마. 7시 반에 오라면 와야지. 쌍놈의 새끼. 거저 얼렁뚱땅 얼렁뚱땅…."

노동당 간부가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배신자라는 게 멀리 안 있어. 저쪽 둔덕(언덕)에 있는 게 아니야. 이 울타리 안에, 이 방안에 있단 말이야. 이 방안에. 자기 옆에 있고…."

과연 그 순간 그 방안에는 정말 '배신자'가 있었다. 숨겨진 녹음기는 방안의 숨소리, 기침소리까지 모두 담고 있었다. 간부가 배신자가 방안에 있다고 소리치는 순간 녹음기를 지니고 있던 사람의 심장은 어땠을까. 첩보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말로만 듣던 북한 생활총화 현장을 녹음한 음성 파일이 공개됐다.

북한전문 인터넷신문 '데일리NK'가 23일 '아시아프레스'로부터 입수해 공개한 116분 분량의 이 음성 파일은 북한 중부 지방 한 기업소의 '직업동맹(직맹)' 생활총화 현장을 그대로 옮겨왔다. 듣는 사람의 가슴을 오싹하게 할 만큼 리얼하다.

직맹은 노동당원을 제외한 직장인들이 의무가입하게 되는 근로단체. 생활총화는 각자 소속 단체에서 한 주간의 생활을 자아비판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도 비판하는 회의를 말한다.

음성 파일에 등장하는 간부는 지각한 직맹원에 대한 욕설로 시작해 방안에 앉은 사람들에게 일장 훈시를 시작한다. 말끝마다 "위대한 장군님"을 들먹였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위대한 자신의 권위'에 대한 우월감이 가득 넘친다.

비판이 끝나고 난 다음 이 간부는 "이 새끼, 종간나(종년) 새끼, 머저리 같은 놈, 바보 등의 쌍스러운 말을 망발하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는 노동당 중앙당 조직부 지시내용을 천연스럽게 하달한다.

간부가 전하는 조직부 지시에는 그 밖에도 훈장을 팔아먹는 행위, 불법 중국어 과외, 무직자, 살인, 강도, 강간을 없애기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내용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담겨 있다.

20년 가까이 북한에서 생활총화에 참가했던 기자는 그동안 숱한 북한 자료를 접할 때마다 늘 진위여부를 고민했지만 이번만큼은 예외. 듣는 순간 '진본'임을 확신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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