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과장 김혜림(31·여) 씨의 취미는 쇼핑이다. 그녀의 한 달 수입은 약 300만 원. 집세 내고 저축하는 1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고스란히 카드 값으로 나간다. 그녀에게 인터넷 쇼핑몰과 백화점은 스트레스 해소와 재충전의 공간이다. 공무원 임모(33·여) 씨는 좋은 공연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는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 등을 보면서 느끼는 감동은 평범한 일상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고 했다. 그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적어도 하루 한 번은 커피전문점에 간다는 것이다.》
○ 커피 고객 확보 경쟁
27일이면 미국 최대의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체인 스타벅스가 한국에 1호점을 낸 지 만 7년이 된다. 그동안 스타벅스는 160개의 지점을 냈고, 커피빈과 파스쿠치, 자바커피 등 다른 커피 전문점들도 수백 개의 점포를 열었다.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의 커피 한 잔은 약 4000원. 그리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커피전문점을 찾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은 ‘하나커피카드’라는 새 신용카드를 선보였다. 스타벅스와 파스쿠치, 자바커피 등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값의 15%를 할인받을 수 있는 카드였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발매 시작 이틀 만에 1000장이 넘는 카드가 발급됐다는 것. 다른 카드를 새로 낼 때보다 두 배 이상의 발급 실적이었다.
이에 앞서 삼성카드와 비씨카드도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면 1000원을 돌려주는 신용카드를 선보인 바 있다.
이렇게 할인되는 금액은 모두 카드사가 부담한다. 커피전문점들이 자체적으로 커피 값을 할인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밑지는 장사’를 하는 것은 ‘커피전문점에 자주 가는 고객들은 소비 성향이 높고 카드를 많이 쓴다’는 점 때문이다.
커피 값 일부를 부담하고 카드 많이 쓰는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 ‘커피가 소비를 결정한다?’
하나은행이 최근 실시한 ‘커피전문점 이용고객의 신용카드 소비패턴 조사’는 이런 상관관계를 잘 보여 준다.
하나은행 신용카드 고객 270만 명 중 지난해 커피전문점을 이용한 고객은 약 10만 명이다. 여성이 61%로 남성보다 훨씬 많았다.
커피전문점 이용고객을 전체 고객과 비교한 결과 커피전문점을 이용한 여성 고객의 지난해 평균 카드 사용액은 611만 원이었다. 여성 고객 전체의 평균 카드 사용액(403만 원)보다 52% 정도 많았다.
남성 고객의 차이는 더 컸다. 지난해 커피전문점을 찾은 남성은 1년 동안 984만 원을 카드로 썼는데, 전체 남성 고객의 연평균 카드사용액은 518만 원이었다. 은행 측 입장에서는 두 배 가까이 더 썼으니 VIP 대접을 해 줄 만하다.
지역별 차이도 두드러졌다. 서울은 구별로, 기타 지역은 시도별로 나눠 조사했는데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커피전문점 이용 고객이 가장 많았다. 대학이 많이 몰려 있는 서울 마포구와 관악구, 성북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커피전문점 이용고객의 87%가 20, 30대였다.
하나은행 카드영업 추진팀 강지현 차장은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젊은 고객은 소비성향이 높고 카드를 자주 바꾼다”며 “특화된 서비스로 이들의 마음을 얻는 게 카드사 마케팅의 핵심 요소”라고 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