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한신과 요미우리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와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올스타 1차전을 보고 왔다.
뜨거운 열기였다. 한신과 요미우리의 경기에는 최고 라이벌전답게 올 시즌 최다인 4만8550명의 만원 관중이 몰렸다. 구장 규모가 작은 진구구장에도 3만488명의 관중이 들었다. 7회가 끝난 뒤 관중이 불어서 띄운 형형색색의 풍선이 구장을 덮는 광경은 상당한 장관이었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대부분이 응원하는 팀의 모자를 쓰거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또 손에는 글러브를 끼고 있었다. 역시 야구의 나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나 기자들이나 구단 관계자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현재 일본 프로야구는 위기라는 것이다.
일본 야구의 위기는 일본 야구의 상징이랄 수 있는 요미우리의 인기 하락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일본 국민의 반은 교진(巨人·요미우리의 애칭) 팬’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아직도 유효할까.
올해 요미우리 경기의 TV 시청률은 역대 최악이다. 6승 19패로 부진했던 6월은 말할 나위도 없고 선두를 달리던 4월과 5월 역시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항상 10%를 넘기던 시청률이 5%대까지 떨어지자 지상파 방송국이 요리우리 경기를 중계하지 않는 사건(?)도 벌어졌다.
올스타 투표만 해도 그렇다. 타율 0.323, 29홈런, 64타점이라는 호성적을 올린 요미우리 ‘4번 타자’ 이승엽(30)은 팬 투표에서 3위에 그쳤다. 쟁쟁한 스타 왕국이라던 요미우리에서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것은 고쿠보 히로키뿐이다. 반면 요미우리의 라이벌 한신은 6명의 1위 선수를 배출했다.
요미우리는 선수를 키우기보다는 돈으로 사오는 데 익숙한 구단이다. 이 같은 행태에 염증을 느낀 팬들은 점점 요미우리를 외면하고 있고 ‘안티 교진’의 상징인 한신을 응원하고 있다.
한 일본 기자는 “일본 야구 구조상 교진이 살아야 전체 야구가 산다. 그렇지만 교진이 예전 같은 인기를 과연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날 한국 올스타전이 열렸다. ‘별들의 잔치’였건만 많은 좌석이 비어 있었다. 순간 일본 야구의 걱정스러운 현실까지 부러워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