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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ON 모른채 막말’ 美대통령 실수담

입력 | 2006-07-25 03:00:00


“마이크가 꺼지면 본심이 드러난다?”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가 꺼진 것으로 착각하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나눈 ‘솔직한 대화’가 화제가 된 것을 계기로 뉴욕타임스가 23일 역대 미국 대통령의 ‘마이크 실수담’을 소개했다.

미국 대통령의 마이크 실수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옛 소련을 대상으로 한 발언.

그는 주례 라디오 연설을 앞두고 “미국 시민 여러분, 방금 전에 소련을 불법화하는 법률에 서명했다는 소식을 오늘 전하게 돼 기쁩니다. 우리는 5분 뒤에 폭격을 시작할 것입니다”라고 농담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미국 전역에 고스란히 방송됐다.

이 발언은 ‘악의 제국’이라고 부를 정도로 옛 소련을 싫어했던 레이건 전 대통령의 속내가 잘 드러난 일화.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녹음이 되는 줄도 모르고 무심히 내뱉은 말로 인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외교관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그들은 국방부 사람들과는 달리 ‘고환(cojones·용기라는 뜻)’도 없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국방부 관리들은 뇌(머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그는 알려진 것보다 점잖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제시 잭슨 목사가 경쟁자를 지지했다는 뉴스 보도에 대해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앞에 놓인 라이브 TV 카메라가 켜진 것도 모르고 “더럽고, 배신 행위이며, 뒤에서 칼을 꽂는 행위”라고 한 발언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쓴 뉴욕타임스 기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저기 뉴욕타임스 출신인 메이저리그급 ××(asshole)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발언 또한 마이크에 잡혀 생생하게 방송을 탔다.

뉴욕타임스는 마이크 앞에서 벌어지는 대통령의 솔직한 발언을 통해 이들의 본심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역사학자들이 대통령의 마이크 실수담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