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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문병기]미사일 논의장의 潘장관 장기자랑

입력 | 2006-07-25 03:00:00


26∼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아시아태평양지역 25개국 외교부 장관이 모여 역내 평화와 안정을 논의하는 정치안보협의체다. 역대 ARF에서는 북한 핵문제 등 국제적 현안을 논의해 주목을 끌었을 뿐 아니라 폐막 전날 밤 ‘여흥 만찬’에서의 각국 외교장관들의 장기자랑이 화제를 모았다.

이라크전쟁 직후 열린 2002년 ARF 폐막 여흥 만찬. 대형 화면에 뉴스캐스터로 분장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보좌관이 등장해 파월 장관이 그 전해 폐막식에서 보여 준 엉성한 연기로 국무장관직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보도한다. 곧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 분장한 사람이 화면에 등장해 파월 장관의 노래 실력을 꾸짖어 폭소를 자아냈다.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올해 ARF에 선보일 장기자랑을 맹연습 중이라는 소식이다. 반 장관은 부하 외교관 17명과 함께 뮤지컬 ‘맘마미아’의 삽입곡을 개사해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내용의 공연을 할 예정.

하지만 이번 ARF 여흥 만찬에서 한국 대표단이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번 회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치밀한 외교력 발휘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

한 외교 전문가는 “올해 ARF는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한 미국 중국 등과의 의견 조율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한가하게 장기자랑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는 “여흥 장기자랑도 회담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며 “이라크 전쟁 이후 파월 장관의 공연이 미국의 강경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 만큼 비판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지난해에는 다른 나라 외교장관과의 양자회담을 이유로 장기자랑에 참석하지 않았다. 2004년에는 김선일 씨 납치 살해사건에 따른 국내 분위기를 고려해 외교장관이 ‘춤추는 행사’에는 참가하지 않고 여흥 만찬 직전 귀국한 바 있다.

많은 국민은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정부의 대북, 대미, 대일 외교의 총체적 실패를 걱정하고 있다. 반 장관도 이런 국민의 우려를 헤아렸으면 한다.

문병기 정치부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