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순방에 나선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2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전격 방문했다. 원래 첫 방문지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 잡혀 있었다.
키프로스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레바논으로 이동한 라이스 장관은 반(反)시리아 노선을 걷고 있는 푸아드 알시니오라 레바논 총리를 만나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의 교전사태의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라이스 장관은 헤즈볼라와 연계된 시아파 각료 및 정치 지도자들도 만났다.
라이스 장관은 앞서 워싱턴에서 키프로스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휴전의 긴급성을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휴전은 지속 가능해야 하고 또다시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은 무장테러 조직인 헤즈볼라의 레바논 남부 지배가 근본 원인이라며 이 상황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라이스 장관은 레바논 방문에 이어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 등을 잇달아 만난 뒤 2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유럽 및 아랍국가 간 국제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올메르트 총리는 23일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은 유럽연합(EU) 국가의 군대를 주축으로 한 평화유지군이 (레바논 남부에) 배치되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바논 현지 상황은 악화일로다. 23일에는 이스라엘 군이 민간인 피란 차량에 폭격을 가한 사실이 밝혀져 국제적인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또 24일에는 이스라엘 군이 헤즈볼라 병사 2명을 생포해 헤즈볼라가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 시리아는 이스라엘 지상군이 레바논에 본격 침공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