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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앤문 횡령’ 진정, 370억에 취하

입력 | 2006-07-25 03:00:00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불거진 경기 양평군 양평TPC골프장 사업권을 둘러싼 분쟁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골프장 부지를 인수해 사업을 추진해 온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이 800억 원대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던 시내산개발 박모 회장이 최근 문 회장 측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받기로 하고 진정을 취하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370억 원에 합의했다”=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지난주 박 회장이 썬앤문 측과 거액의 합의금을 받기로 한 뒤 진정서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그는 “썬앤문 측과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수사기관을 이용하려 한 것 같은데 진정 취하와 관계없이 수사는 계속 철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썬앤문그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며칠 전 박 회장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며 박 회장이 진정을 취하한 것으로 안다”며 “(진정서를 통해) 우리를 압박해 항복을 받으려고 한 게 결국 성공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썬앤문 측은 양평TPC 골프장 사업권을 넘겨받고 진정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박 회장에게 370억 원을 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날 연락이 되지 않았으며, 휴대전화에는 ‘해외 로밍 중’이라는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박 회장은 이달 초 “문 회장이 계열사인 양평TPC골프장의 회사자금 800억 원가량을 횡령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냈다.

썬앤문 측은 “800억 원은 대부분 공사대금으로 사용해 횡령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며 “소송과 검찰 진정 등으로 회원들이 동요하고 있어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합의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진정을 취하했더라도 수사는 계속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전말=시내산개발 박 회장이 경매에 부쳐진 양평TPC골프장 부지를 낙찰받은 것은 1997년 12월.

그러나 시내산개발 역시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부지는 1999년 재경매에 부쳐졌다. 이에 시내산개발은 썬앤문 문 회장에게 460억 원에 골프장을 매각하기로 하고 채권 금융기관에는 골프장 매각 후 잔금 175억 원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는 것.

문제는 이 과정에서 채권 금융기관과 문 회장 측이 짜고 골프장 부지를 225억 원에 문 회장 측이 내세운 대지개발에 넘겨줬다는 게 박 회장의 주장.

박 회장은 채권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문 회장을 검찰에 고소했고 서울중앙지검은 2003년 10월 문 회장 등을 사기와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회장은 또 문 회장을 상대로 골프장 회원 모집 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양수양도계약무효 소송을 법원에 냈다.

당초 1심 법원은 2004년 원고(박 회장) 패소 판결을 내려 썬앤문 측의 손을 들어 줬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후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한 뒤 지난달 대법원에서 승소했고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법원에도 로비?=박 회장의 한 측근 인사는 썬앤문그룹을 상대로 한 소송 과정에서 카펫 수입판매업자 김홍수(58·수감 중) 씨를 통해 모 고법부장판사에게 사건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씨의 법조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현웅)는 지난해 최모 씨가 김 씨와 함께 모 고법부장판사를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박 회장이 문 회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1심에서 패소한 직후였다.

이 자리에서 최 씨와 김 씨는 이 고법부장판사에게 “항소심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고, 금품도 건넨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