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백남순 북한 외무상을 비롯해 6자회담 참가국의 외교장관들이 모두 ARF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으로서는 이번 ARF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만나 대북 제재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 이견을 조율하는 것도 과제다.
▽6자회담 성사될까=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의 백현철 참사관은 2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백 외무상이 27, 28일 ARF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ARF에서 외교장관들이 모이는 6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백 외무상이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낮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5자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의 반발로 6자회담 개최에 방해가 된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은 6자회담보다 참가국이 많은 다자회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24일 KBS1 라디오에 출연해 “5자회담은 모양상의 부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주 금요일 전화통화에서 아주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보자고 해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 참가국에 추가로 ARF 회원국 중 일부를 포함시키는 8자∼10자회담을 열어 북한 핵 및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
이는 북한에 형식상 6자회담의 틀이 아니라는 명분을 줘 회담에 끌어들이면서 실제론 6자 중심으로 북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약 10자회담이 열리게 된다면 ARF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와 미국과 가까운 호주 캐나다, 북한과 가까운 인도네시아 등이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ARF에서 8자∼10자회담이 열리게 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 외교 소식통은 “대략 시점을 정해 놓고 그때까지 실질적인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노력한다는 정도의 결의를 하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미간 대북 제재 이견 조율될까=핵심 쟁점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적극 참여 여부. 한국은 미국의 요구대로 PSI에 정식으로 참여해 북한의 선박이나 비행기에 대한 나포 검문 검색에 직접 나설 경우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생산에 전용될 전략물자 통제를 철저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영해나 영공에서 PSI 활동까지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한국의 거부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PSI 참여 확대 요구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대북 쌀 차관 제공 및 비료 지원 중단이 미국과 일본이 추진 중인 대북 경제제재보다 북한에 미칠 영향이 훨씬 크다고 판단하는데도 미국이 이를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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