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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개성길’ 미사일 후폭풍…공단 입주추진 기업들 고심

입력 | 2006-07-25 03:00:00


《서울 동대문상가에 의류 제품을 납품하는 T실업의 H 사장은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5월 중소 의류업체와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해 본 뒤 입주하기로 마음을 굳혔지만 최근 남북관계가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투명해지면서 마음이 흔들린다. H 사장은 “개성공단이 인건비 측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이 있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많아 입주하기로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계획 자체를 보류했다”며 “함께 개성을 다녀온 업체 대표들도 ‘투자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 경제협력의 교두보 역할을 해 온 개성공단 사업이 1단계 본단지 2차 분양을 앞두고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남북관계가 냉각되고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더 차가워지면서 개성공단 진출을 검토해 온 국내 기업 중 상당수가 입주를 보류하거나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6월 말로 예정됐던 1단계 2차 분양은 무기한 연기됐으며 연내 분양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북한이 남측의 태도 변화를 이유로 ‘남북관계 변화의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개성공단까지 ‘보복’ 영향권에 포함시키면서 사업 리스크(위험)가 더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설치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의 상주 인력 9명 중 4명을 21일 철수시켰으며 같은 날 예정됐던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의 개성공단 방문도 연기시켰다. 25일로 예정된 전윤철 감사원장의 공단 방문도 취소됐다.

또 한준호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가 경색돼 개성공단 송전탑 착공식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김경만 국제통상팀장은 “개성공단에 관심을 가져 온 기업들이 ‘투자 시기가 적절치 않다’며 최근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300여 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성단지 내 2만4000평에 ‘아파트형 공장’을 지으려고 했던 동대문특구협의회는 8월로 예정했던 공단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미국이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기업들의 ‘개성행(行)’을 꺼리게 만든다.

프랭클린 라빈 미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은 24일 서울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초청 강연에서 “양자 간 협상에서 제3국에 교역 기회를 주는 것은 자유무역협정(FTA)의 보편적 원칙에 어긋난다”고 못 박았다.

모자 수출업체 C사 관계자는 “북한산 꼬리표를 달고는 미국에서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남북경협을 통한 수입을 군사비로 쓰고 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미국이 개성공단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국토지공사의 김무홍 개성사업처 분양팀 차장은 “현시점에서는 분양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며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곧 사업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