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프랑스인 밀집 거주지역인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의 갓난아이(영아) 시신 유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방배경찰서는 25일 "최초 목격자인 프랑스인 C(40) 씨의 집에서 영아 2명의 출산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이 집 화장실과 베란다 및 거실에서 희미한 혈흔이 발견됐고 아기 1명을 감쌌던 수건이 C 씨 집에서 사용하던 것과 같은 종류라는 점, 아기를 싸는데 사용된 비닐봉지가 C 씨 집에서 보관하던 것이란 점 등을 놓고 볼 때 현재로서는 밖에서 출산해서 들여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기 1명을 감쌌던 수건에서 소량의 모발이 발견됨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또 C 씨 집 문앞에서 14세 전후로 호리호리한 체격의 백인 소녀를 봤다는 이웃 주민의 진술을 확보하고 그 진위를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웃 주민이 현관 청소를 위해 건물을 돌아서 가던 중 13일 정오경 13~14세 가량의 백인 소녀가 이 집 문앞에 서 있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지만 정확하게 들어오거나 나오는 장면을 목격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설경호업체 기록상 C 씨가 휴가를 떠난 뒤 C 씨의 프랑스인 친구인 P 씨 외에 출입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P 씨와 이 소녀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P 씨가 21일 휴가차 프랑스로 출국한 기록을 확인하고 P 씨가 다니는 회사를 상대로 계획된 휴가였는지 등을 수사 중이며 C 씨와 P 씨 등 이 사건과 관계 있는 이들의 통화내역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여러 가지 정황 상 P 씨가 이 사건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현재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P 씨를 조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P 씨는 아직 피의자로 특정되지 않은 만큼 소환 통보 등이 어렵지만 현지 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P 씨를 간접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인근 프랑스학교 학생 중 최근 임신한 여학생이 있는지에 대해 탐문수사를 벌이고 출입국사무소에서 서래마을 거주 프랑스인 명단을 확보한 뒤 방문조사를 진행 중이며 인근 산부인과를 상대로 외국 여성이 최근 진료받은 기록이 있는지를 파악 중이다.
한편 경찰은 1차 부검 결과를 근거로 "영아들은 백인 혹은 혼혈 신생아로 추정되며 외상은 없고 사인은 불분명하지만 사산된 것은 아니며 정상적인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냉동고 5번째 칸에서 발견된 영아는 체중이 3.24㎏이고 4번째 칸에서 발견된 아기는 3.63㎏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쌍둥이라면 무척 이례적으로 무거운 편이지만 쌍둥이 여부는 빠르면 일주일 뒤인 DNA 검사 결과 발표 후에나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