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에 다른 사람의 집에 침입해 피해자에게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위에서 누른 뒤 물건을 훔쳤다면 강도죄를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혼자 잠자고 있던 50대 여성의 집에 들어가 이 여성을 이불로 덮어 강하게 누른 뒤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강도)로 구속 기소된 임모(28)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특수강도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불에 눌린 피해자가 숨을 쉴 수 없어 '놔, 놔'라고 소리를 지르며 이불에서 빠져나왔다가 임 씨를 보고 놀라 방안으로 피신한 사실 등에 미뤄 볼 때 피해자를 이불로 덮고 위에서 누른 행위는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저항할 수 없도록 하기에 충분한 폭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1, 2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이불로 덮고 누른 행위는 저항하기가 불가능한 정도로 폭행과 협박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특수강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대신 야간주거침입절도죄를 적용해 임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임 씨는 지난해 9월 자정 무렵 전북 익산시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거실에서 혼자 자고 있던 피해 여성을 이불로 덮어 위협한 뒤 현금카드와 손가방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