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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와 '동네'의 차이는?…'Our Town' 원작 두 작품 무대에

입력 | 2006-07-26 03:06:00

손턴 와일더의 고전을 번안한 연극 ‘우리 읍내’(위)와 창작 뮤지컬 ‘우리 동네’. 연극이 원작의 의도에 좀 더 충실하게 ‘잔잔한 일상’을 그린 데 비해 뮤지컬은 ‘지루한 일상’마저도 경쾌하고 흥겹게 풀었다. 사진 제공 국립극단. 문화기획 파란


일상은 지루하다. 삶은 따분하다. 아침에 눈뜨고, 밥 먹고, 오늘은 뭘 입을까 뭘 먹을까 고민하고, 일터로 학교로 바쁘게 흩어졌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우리의 일상이 연극과 뮤지컬로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국립극단의 연극 ‘우리 읍내’(연출 김한길)와 대학로 창작 뮤지컬 ‘우리 동네’(연출 김성수·음악 강규영). 미국의 희곡작가 손턴 와일더의 퓰리처상 수상작인 ‘우리 마을(Our Town)’을 각각 번안한 작품이다.

○ 일상, 그 참을 수 없는 지루함 그리고 소중함

원작의 배경인 1930년대 미국 중서부의 작은 마을. 연극은 1970, 80년대 경기 가평의 한 작은 읍내로, 뮤지컬은 1980, 90년대 경기 파주의 한 동네로 무대를 옮겼지만 ‘남루한 일상’은 시대와 장소를 떠나 비슷하다.

이웃 사이인 소년과 소녀의 가족을 중심으로 잔잔하게 하루 일상을 그려낸 1막에 이어 2막에서는 어느덧 성장한 소년 소녀가 연애를 하고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역시 누구나 살면서 겪는 삶의 ‘순간’들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물론,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우리도 매일 겪는 일상을 왜 굳이 돈을 주고 무대에서 봐야 하냐고. 그러나 ‘우리 읍내’는 당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태어나서 사랑하고, 살아가고, 그러다가 죽음을 맞는 삶의 본질을. 1, 2막에서 펼쳐진 일상의 ‘평범함’은 3막에서는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둘째 아이를 낳다가 죽은 선영(연극에서는 영희)에겐 일생 중 하루를 택해 단 한번 일상으로 잠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 열세 번 째 생일날을 택한 선영은 뒤늦게 살아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노래한다.

“뒤뜰의 해바라기/맛있는 음식 따뜻한 커피/째깍대는 시계도 모두 안녕/자고 깨는 것도 아름다운 걸 그 누구도 알지 못하네….”

○ 연극 ‘우리 읍내’ vs 뮤지컬 ‘우리 동네’

두 작품의 기본 구조는 원작에 충실하다. 별다른 소품을 쓰지 않은 텅 빈 무대라든가 극을 이끌어 가는 일종의 ‘해설자’ 역할인 ‘무대 감독’을 등장시킨 형식도 그대로다.

젊은 관객이나 공연을 많이 접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연극보다는 뮤지컬 버전을 선호할 듯하다.

뮤지컬 ‘우리 동네’는 코믹한 유머와 탭댄스 등 볼거리를 섞어 ‘잔잔한 일상’(1, 2막) 마저도 경쾌하고 흥겹게 펼쳐낸다. 이는 쓸쓸한 죽음을 다룬 3막과 강하게 대비된다. 죽은 선영이 아름다웠던 삶을 그리워하며 노래할 때 객석 여기저기에서도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두 작품 중 원작의 의도를 좀 더 충실하게 풀어낸 것은 연극 쪽이다. 뮤지컬이 ‘감동’과 ‘재미’라는 조미료를 듬뿍 넣어 단번에 관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면 연극은 ‘있는 그대로’의 맛을 살렸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1막과 2막은 실제 우리네 일상의 단조로움과 닮았고, 그래서 3막은 더 곱씹어 보고 싶은 무게로 다가온다.

△‘우리 읍내’=8월 6일까지. 화∼금 7시반, 토 4시 7시반 일 4시. 1만5000∼3만 원.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2280-4114 △‘우리 동네’=8월 27일까지. 화∼금 오후 4시, 8시. 토 4시 7시 반 일 4시. 1만5000∼2만5000원. 서울 종로구 명륜동 나무와 물 극장. 02-745-2124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