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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가 지겨워 ‘퓨전’을 덧입다

입력 | 2006-07-27 03:03:00


‘섹시 콘셉트’가 바뀌고 있다.

게슴츠레한 눈빛과 잔뜩 힘이 들어간 입술. 몸의 굴곡이 드러난 옷과 흐느적거리듯 몸을 쓸어내리는 동작. 기존 섹시 이미지의 기본 요소들이다. 그러나 이처럼 노출과 관능미를 내세우는 섹시 이미지의 변화를 보여주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섹시 이미지로는 팬들을 사로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퓨전 섹시’가 그 트렌드 중 하나다. 섹시한 요소에 귀여움이나 엽기 콘셉트를 덧붙여 새로운 느낌을 주려는 것이다. 그라돌형과 퀴어(Queer)형이 대표적인 예다.

● ‘그라돌’형: 섹시+귀여움

‘그라돌’은 ‘그라비어(gravure)’와 ‘아이돌’의 합성어. ‘그라비어’는 인쇄 기법의 하나로 일본에서는 그라비어 인쇄법으로 제작한 수영복 화보와 전문 모델을 가리킨다.

그라돌형은 몸매와 섹시함을 내세운 수영복 모델에 귀여운 얼굴과 청순함을 겸비한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를 더한 스타일을 가리킨다. 일본에서는 배우 오구라 유코나, 사와지리 에리카 등이 그라돌 콘셉트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에서는 ‘슈가’ 출신 아유미가 최근 신곡 ‘큐티 하니’를 발표하며 그라돌 콘셉트를 겨냥했다. 가슴선과 배꼽을 드러내고 무대 위에 올랐지만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방긋 웃는 표정은 이효리 유니 미나의 섹시 콘셉트와 다른 느낌을 준다.

아유미 소속사인 스타월드의 양정은 홍보팀장은 “기존 섹시 여가수와 차별화하면서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콘셉트로 ‘섹시 큐트(Sexy Cute)’를 정했다”며 “뮤직비디오도 표정과 몸짓은 귀엽게, 몸매는 과감한 미니스커트와 핫팬츠로 섹시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비키니 수영복 패션도 귀여움을 가미한 디자인으로 퓨전 섹시 바람을 타고 있다. 수영복 브랜드 로꼬부띠끄 홍보담당 김민정 과장은 “화려한 캔디색과 도트(dot·점) 무늬가 있는 홀터넥 등 섹시하면서 귀여운 느낌을 주는 수영복들이 잘 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 ‘퀴어’형: 섹시+엽기

엽기적인 섹시 콘셉트도 나왔다. ‘기묘한’ ‘괴상한’이라는 의미의 ‘퀴어’형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성 듀엣 ‘폭시’는 3월 데뷔곡 ‘폭시 매직’ 뮤직비디오에서 경찰모를 쓰고 찢어진 망사 스타킹을 신은 채 곤봉을 사용하는 ‘곤봉댄스’를 추었다. 이들은 한 인터뷰에서 ‘남자들을 가지고 논다’는 뜻으로 ‘남자요리’라는 표현을 쓰거나, 홍익대 앞 클럽에서 펼친 월드컵 경기 응원전에서 옷을 하나씩 벗고 남성팬에게 입을 맞추는 등 거침없는 퍼포먼스로 기존 섹시스타들과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최근 두 번째 싱글 ‘가라’를 발표한 개그맨 조혜련도 엽기 섹시를 내세웠다. 근육이 드러나는 몸매와 여성미를 강조한 라틴 댄스를 동시에 선보인 것이다.

이같은 ‘퓨전 섹시’ 트렌드의 등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긋난 이미지의 충돌을 통한 자극의 강화를 노린 것으로 분석한다. 동덕여대 홍유진 방송연예과 교수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대중은 단순한 자극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귀여움과 섹시함, 혹은 엽기성과 섹시함 등 대조적인 이미지의 결합을 통해 더 깊은 인상을 남기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