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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완배]“낙하산 태울 인물 그렇게 없나요”

입력 | 2006-07-27 03:03:00


한국증권선물거래소 노동조합이 ‘상임감사 낙하산 인사 저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처음 열었던 10일. 이용국 노조위원장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돼도 너무 안 되는 인물이지 않습니까. 40대 초반에 증권 경력이 전무한 사람입니다. 잘해 봐야 거래소 팀장급입니다. 낙하산도 낙하산 나름이지 어떻게 이런 사람을 보낸단 말입니까?”

거래소 노조가 낙하산 인사에 반대해 총파업도 불사하기로 했다는 본보 보도로 이 문제가 공론화된 24일, 거래소의 한 팀장급 간부가 말을 걸어왔다.

“언론이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습니다. 그렇잖아도 내가 최근에 노조위원장한테 ‘이번 일 못 막으면 집행부 전부 한강에 빠져 죽을 각오를 하라’고 했어요. 이런 사람이 감사가 되면 우린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닙니다.”

비교적 온건하다는 평을 받는 거래소 노조가 총파업이라는 배수의 진까지 치고 반발한 데는 이런 정서가 깔려 있었다. “어지간하면 참겠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것이다.

문해남 대통령인사관리비서관은 26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관 운영을 내부에서 감시하는 감사마저 단지 전문성이 있다는 이유로 내부 출신을 임명하게 되면 그 기관의 문제점을 제대로 가릴 수 없다”며 “정치인은 국정 운영이라는 넓은 의미의 전문성을 가졌기 때문에 정치인 출신이면 안 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 말이 옳은지 그른지는 논쟁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그런 논쟁조차 필요 없을 정도라는 얘기가 많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정책팀장으로 일한 것이 정치 경력의 전부인 40대 회계사가 어디를 봐서 ‘국정 운영이라는 넓은 의미의 전문성을 가진 인사’인가.

백 보를 양보해 과거 신세 진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 치자. 아무리 그래도 이번처럼 해당 조직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은 심해도 너무 심했다.

낙하산 인사에도 ‘기본적인 격(格)’은 있어야 하고, 자리 나눠 먹기를 해도 넘어선 안 될 최소한의 선(線)은 있다. 아무리 이곳저곳에서 역량보다 ‘너무 큰 모자’를 쓴 사람들이 활개 치는 세상이지만….

이완배 경제부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