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를 주도했던 조순형 민주당 전 대표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치인으로 부활했다. 유권자들은 ‘탄핵 역풍’에 휘말려 정계를 떠나야 했던 그를 2년 만에 다시 불러냈다.
그는 당선 직후 “탄핵의 정당성이 인정됐고 훼손된 명예가 회복됐다”며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계속된 독선과 오만에 대한 심판의 기회였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조 씨에게 정계 복귀의 길을 열어준 것은 그의 소신에 대한 재평가이자, 노 정권에 대한 거부의 재확인이라고 볼 수 있다. 21세기 세계의 흐름에 역행해 이념 논쟁과 과거사 들추기로 경제와 민생을 망치고, 좌(左)편향 코드와 편 가르기로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킨 정권에 거듭 경종을 울린 것이다.
그런데도 노 정권은 민심을 외면할 것인가. 국가 정체성을 지키고, 경제와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며, 감상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국익을 위한 국제 협력에 만전을 기하라는 것이 민심이다. 이를 계속 짓밟으면 탄핵의 심판대에 다시 설 수도 있다.
한나라당도 선거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물난리로 인명과 국민 재산이 떠내려가는 와중에 희희낙락하며 골프를 즐기는 모습은 국민을 절망하게 했다. 한나라당은 지금의 인적 구조와 체질로는 대안(代案)정당이 되기 어렵다.
조 씨의 정계 복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몇몇 유력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거나 지역 세력 간에 야합(野合)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계 개편일 수는 없다. 국민과 세계를 향해 열리고 깬 미래지향적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이 결집해 정치 선진화를 주도하는 정계 개편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이를 위해 뉴라이트, 뉴레프트 세력도 책임을 나누어지는 행동에 나설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