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출입구 4곳 중 1곳은 출입구가 주변 하천의 계획홍수위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비가 많이 올 때 역사의 침수를 방지하는 물막이판이 설치되지 않은 출입구도 162곳이나 돼 홍수 시 지하철 침수 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시 산하 서울메트로(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게 25일 제출한 ‘지하철 현황 자료’를 본보가 분석한 결과다.
계획홍수위란 하천마다 제방을 쌓을 때 설계의 근거가 되는 최고 물높이를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제방을 쌓는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정한다. 최고 물높이는 대개 100∼200년간의 최고 강수량이 기준이다.
▽지하철역 출입구, 300여 곳 홍수에 취약=서울 지하철 1∼8호선 출입구는 서울메트로 609곳과 도시철도공사 681곳 등 모두 1290곳. 이 중 구청, 백화점과 연계되는 출입구 116곳을 제외한 1174개 출입구 가운데 26.7%에 이르는 314곳이 주변 하천의 계획홍수위에 비해 낮아 침수 위험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노선별로는 5호선이 218곳 가운데 94곳(43.1%)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7호선 60곳, 2호선 42곳, 6호선 35곳 순이었다.
물막이판이 설치되지 않은 출입구도 서울메트로가 157곳, 도시철도공사가 5곳이었다.
물막이판이 설치됐지만 주위의 계획홍수위에 비해 턱없이 낮은 곳도 적지 않았다.
5호선 개화산역 2번 출구는 출입구 높이가 한강(개화제방) 계획홍수위보다 10.95m나 낮았지만 물막이판 높이는 25cm에 불과해 집중호우 시 침수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빗물이 유입될 소지가 있는 역은 출입구 계단의 턱을 보도보다 50cm가량 높여 물막이판을 쓰지 않고도 침수될 위험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침수대책 허술=16일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은 폭우가 쏟아지면서 빗물에 잠겨 3시간 반 동안 전동차가 무정차 통과했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관계자는 “이번 침수는 하수관이나 5호선 출입구에 설치된 물막이판의 결함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어 종합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문영일 교수는 “지하철역 침수의 대부분이 출입구나 환기구를 통해 빗물이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것인 만큼 물막이판이나 문을 설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하철 물막이 시설 설치 현황 (자료: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운영기관출구 수주변 하천 계획홍수위보다 낮은 출구 수물막이판 미설치 출구 수주변 하천 계획홍수위보다 낮음에도 물막이판 미설치 출구 수서울메트로
(1∼4호선)52497(18.5%)1578 (도림천역 1·2번, 신설동역 8·9번 잠원역 2·3번, 혜화역 2·3번)도시철도공사
(5∼8호선)650217(33.4%)5-합계1174314(26.7%)1628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