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사흘은 수영을 배우고 주말엔 여행을 떠난다.
낮에는 친구들과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니고 집에선 컴퓨터에 빠져 지낸다.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도 자주 보낸다.
인터넷은 쉬운데 엑셀 프로그램은 아직 어렵다. 그래서 곧 정식으로 컴퓨터 수업을 받을 생각이다.
미시 주부나 대학생 얘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올해 63세인 박모(여) 씨.
박 씨의 한 달 수입은 부동산 임대료와 연금을 합쳐 250만 원 정도. 이 가운데 30%는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여가 활동에 쓴다.
그는 2명의 자녀가 있지만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있는 대로 ‘팍팍 쓰다가’ 죽을 것”이라며 “사는 데까지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씨와 같이 나이는 들었지만 독립적이고 왕성한 사회 활동 욕구가 있는 ‘뉴실버(New Silver)’들이 한국 사회에 등장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최근 신한은행과 공동으로 리서치 회사인 ‘에이엔알(ANR)’에 의뢰해 전국 59∼67세(1939∼47년생)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노령자 의식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흐름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조사는 직접 면접을 통해 진행됐다. 조사 대상 가운데 16명은 3개 그룹으로 나눠 2시간가량 서로 토론하게 하는 심층 그룹 인터뷰도 했다.
이번 조사 결과 이들은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로 여유를 즐기며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시대 변화에 둔감하고 새로운 것을 익히는 데 거부감이 강한 전통적인 노인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달랐다.
한국의 뉴실버세대는 자기만의 취미 생활과 레저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40.2%)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자 하는 욕구(55.6%)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퇴직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사회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특징. 연금과 상관없이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응답이 74.2%였다.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선 독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배우자가 사망한 후에도(32.4%), 건강이 나빠져도(18.6%) 자녀와 따로 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3명 가운데 2명(65.0%)은 자신이 죽기 전에는 재산 상속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3명 중 1명(31.8%)은 아예 자신들이 ‘실버세대’라는 사실을 부인했다.
뉴실버세대는 원래 서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46∼64년생)가 고령화하면서 전통적인 노인상(像)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변재관 원장은 “한국의 뉴실버세대는 기존의 노년세대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43∼51세) 사이의 세대지만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이 되었을 때 예상되는 모습을 미리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