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27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형법 123조에 규정된 직권남용 조항의 '직권'과 '의무'의 개념이 불확실하다며 낸 헌법소원 청구를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기각하면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대그룹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박 전 장관은 2004년 6월 항소심 재판에서 직권을 남용한 혐의 등이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자 헌법소원을 냈다.
박 전 장관은 올 5월 파기환송심에서 현대 비자금 150억 원을 받은 부분은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직권남용 등은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수감 중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형법 제123조의 직권이나 의무의 의미를 충분히 알 수 있다"며 "이 조항이 금지하고 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직무 내용에 따라 직권의 내용과 범위가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경우를 들어 직권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는 것이 곧바로 직권의 의미 자체가 불명확하다는 뜻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성 재판관은 "공무원의 직권은 일반적, 포괄적 규정을 근거로 부여되기 때문에 직권남용의 적용 범위는 사실상 무한정 넓어진다"며 "해당 조항은 모호함 때문에 전 정부에서 활동한 고위 공직자를 처벌하거나 정책적 판단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경우 공직자를 상징적으로 처벌하는 데 이용될 위험성도 있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