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청사 앞은 취재기자와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모여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과 관련해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이날 출두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 검찰은 그러나 홍 전 회장의 소환 시기를 전혀 확인해주지 않았다.
취재진들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검찰은 마지못해 "오늘은 출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취재진이 허탈하게 철수하는 것으로 해프닝은 끝났다.
이처럼 홍 전 회장의 소환을 놓고 다양한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면서 검찰과 언론의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검찰은 소환시기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 '홍 전 회장이 조사를 받은 뒤에라도 조사 사실을 알려줄 수 있느냐'는 요청에도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검찰이 소환 사실을 공개해야 할 이유는 없다"면서 "더욱이 홍 전 회장의 경우 참고인 성격인데 언론에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원칙'을 강조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관계자 한 명 한 명을 부르는 것이 산을 넘는 것만큼 어려운데 언론까지 몰려들면 더욱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이 유독 홍 전 회장을 감싸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찮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온 사건의 피의자나 주요 참고인의 소환에 대해 검찰이 이처럼 철저하게 보안을 지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홍 전 회장 등의 소환시기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지난 20일 열린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홍 전 회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기 때문에 다음 공판이 열리는 다음달 24일 전까지는 검찰이 이들을 조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홍 전 회장이 가장 먼저 소환될 예정이므로 이달 말이나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 전 회장이 출두하면 검찰은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한 이유와 이건희 회장이 1998년 홍 전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보광그룹에 중앙일보 주식 51만9000여 주를 무상 증여한 것이 전환사채 인수 포기의 대가였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