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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인간과 로봇이 싸운다…인공지능 갖춘 로봇전사 전장지배

입력 | 2006-07-28 03:00:00


《2020년 평화유지군 신분으로 아프리카의 한 도시에 파병된 김 소위. 소대원들과 함께 울창한 밀림을 헤쳐 나가다 갑자기 숨을 멈춘다. 순간 거대한 기계음과 함께 숲 저편에서 총성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정체불명의 기계는 이 지역 군벌이 무기거래상에게 사들인 무인전투차량. 2∼3km 후방에서 원격으로 조종되는 전투로봇의 공격에 소대원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김 소위, 이 위기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 로봇전쟁 시대 온다

인간과 로봇 간의 대결은 2020∼2030년 실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 제1체계개발본부 최창곤 본부장은 “2020년 경 스스로 환경을 판단해 독자적인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투로봇이 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3년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무선 신호로 조종되는 무인장갑차를 처음 개발했다. 2001년 미국 의회가 ‘미래전투시스템(FCS)’ 지원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전투로봇 개발은 더욱 본격화됐다. FCS란 미 국방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개념의 미래 전쟁 체계다.

실제 전투로봇의 위력은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에서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미국의 무인기 ‘프레데터’는 올해 초 알카에다 요원이 탄 승용차를 공격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원격조종 로봇인 ‘팩봇’은 보병을 대신해 위험지대의 정찰임무를 도맡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06년 7월 현재 약 1600대의 전투로봇이 이라크 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전문가들은 목표까지 혼자서 이동하고 독자적인 상황판단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해야 로봇을 실전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은 복잡한 지형지물을 통과해 목표까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다. 그 뒤를 이스라엘과 프랑스가 바짝 쫓고 있다.

한국도 2003년부터 ‘국방로봇’이란 이름으로 소규모 전투와 감시임무를 수행하는 바퀴형 견마(犬馬)로봇을 개발 중이다. 2010년까지 감시 정찰임무를 수행하는 경전투로봇을, 2020년까지는 탱크를 대체할 전투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때쯤이면 하늘을 나는 로봇인 스마트무인기를 비롯해 무인잠수함과 연합작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과연 고정호 책임연구원은 “가장 큰 장벽은 적과 우리 편을 구분하는 식별 문제”라며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로 미뤄볼 때 인간 수준의 판단력을 지닌 전투로봇이 등장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두 발로 걷는 로봇은 바퀴형 로봇에 비해 에너지가 몇 배 더 소모된다”며 “연료전지 기술이 발전해도 2족 전투로봇은 가장 늦게 출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2020년 터미네이터와 싸우는 법

전투로봇의 무차별 공격에 대항할 효과적인 대응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국과연 박용운 책임연구원은 “폭발력이나 파편으로 파괴하는 전통적인 무기보다는 전자폭탄 같은 현대 전자전 장비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자폭탄이란 폭발 순간 강한 마이크로 전자파를 내뿜어 반경 수km 안에 있는 전자장치의 기능을 방해하는 폭탄이다. 소재 기술의 발전으로 직접적인 파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신 전자장비 기능을 무력화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 2003년 미국은 이라크 국영방송에 이 폭탄을 떨어뜨려 이라크 전역을 공황상태에 빠뜨렸다.

원격조종을 방해하는 주파수를 쏘거나 로봇이 연결된 무선통신 네트워크에 컴퓨터 바이러스를 심는 방법도 고려되고 있다.

재래식 수단으로 ‘탄소섬유탄’이 고려될 수도 있다. 수 나노미터(nm·1nm은 10억분의 1m)∼수 마이크로미터(μm·1μm는 100만분의 1m) 굵기의 작은 탄소입자들을 살포해 로봇의 정교한 회로를 합선시키는 방식이다.

박 연구원은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등 전투로봇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들도 로봇에 대항할 기술 개발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2년부터 인간 병사와 전투로봇으로 구성된 전투여단을 시범 운용할 계획이다. (도움말=국방과학연구소)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