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처음으로 판매세 도입을 추진하면서 내부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6일 보도했다.
홍콩은 아편전쟁이 끝나고 1842년 주권이 영국에 넘어간 이후 상품 판매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한 적이 없었다. ‘판매세 0%’ 정책은 홍콩 경제의 상징처럼 간주돼 왔고, 홍콩이 쇼핑 천국으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에야 홍콩 정부는 세수 다원화를 이유로 상품 가격의 5%에 달하는 판매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산세와 소득세가 세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재정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 특히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마카오, 브루나이, 북한 등 ‘특수한’ 국가를 제외하고 판매세가 없는 국가가 드물다는 점도 판매세 도입의 중요한 근거.
그러나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커지고 있다. 판매세 도입은 쇼핑관광의 이점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 이에 대해 홍콩 정부는 “관광객들은 일부 쇼핑 품목에 대해 세금 환급을 받을 수도 있고 판매세가 도입되면 소득세와 재산세도 낮출 수 있다”며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반대여론이 거세다.
일부 관계자는 판매세가 주민들의 재산 정도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똑같은 세율로 부과된다는 점을 들어 “부자에게만 유리한 세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 정부는 여전히 판매세 도입 방안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 판매세 도입 방안은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