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 제발 좀 그만… 최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봤던 강원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의 한 주민이 27일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또다시 비가 쏟아지자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인제=이훈구 기자
오늘도 최고 200mm 비… 잠수교 통제
■ 수심 가득한 중부
장마전선이 활성화되면서 27일 서울에 시간당 3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서울과 경기, 강원 지방에 많은 비가 내려 침수, 교통통제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11시 현재 강수량은 강원 홍천이 221mm로 가장 많았고 경기 김포 201mm, 서울 194.5mm, 경기 동두천 146mm, 강원 인제 141mm 등이었다. 28일에도 서울, 경기, 강원 영서지방을 중심으로 최고 50∼150mm(많은 곳 200mm 이상), 강원 춘천과 영동 지방이 50∼100mm(많은 곳 150mm 이상)의 비가 더 올 전망이어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이번 폭우의 원인은 27일 중부지방에 머물던 장마전선에 제5호 태풍 개미로부터 많은 양의 수증기가 서남풍을 타고 공급된 데 있었다.
폭우로 가장 큰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강원지역에서는 27일 오전부터 인제와 평창, 양양 등 3개 군 31개 마을 주민 4522명이 안전지대로 대피했으나 저녁 무렵 대부분 돌아가 270가구 720명으로 줄었다.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김포지역에서는 대곶면 54ha, 김포1·2동 34ha 등 모두 100ha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한강수력발전처는 오후 10시 30분 현재 청평댐 수문 13개를 38m까지 열고 초당 3730t을 흘려보내 서울의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전체와 강서, 망원, 여의도, 이촌지구 일부가 침수됐다. 서울에서는 이날 폭우로 잠수교와 영동1교 등 서울 시내 일부 도로의 교통이 통제됐으며 청계천 일대와 한남대교 고양시 방향∼강변북로 진입램프 등 시내 곳곳에서 차량이 시속 20km 이하의 ‘거북 운행’을 해 퇴근길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막바지 장맛비는 중부지방의 경우 토요일인 29일 오전에야 그칠 전망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응급 복구 중단… 주민들 다시 대피령
■ 수난 거듭된 강원 인제
“수마로 상처투성이인 지역에 또다시 이렇게 많은 비가 오다니…. 하늘이 해도 너무하네요.”
가까스로 응급 복구가 됐던 강원 인제군 인제읍∼덕적리 마을 길이 27일 오전부터 내린 비로 또다시 유실되자 이 마을 이장 김윤근(54) 씨는 쉼 없이 비를 쏟아내는 검은색 하늘을 올려다보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도로가 불어난 물에 다시 유실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 온 군청공무원과 수해 직후부터 응급 복구 지원 작업을 벌여 온 중장비업체 관계자들도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말문을 열지 못했다.
이날 호우경보가 내려진 인제지역에서는 오전부터 복구작업을 벌이던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고지대 학교, 공공기관으로의 대피령이 내려졌다. 주민들은 당장 입을 옷가지 정도만 챙겨들고 안전지대로 몸을 피했다. 오후 한때 인제군 대피 인원은 13개 마을 주민 1149명이었지만 비가 잦아들면서 일부가 집으로 돌아가 오후 10시 현재 인제읍 덕적리 등 4개 마을 185가구 525명이 대피해 있다. 지난번 물난리에 가까스로 건진 가재도구와 옷가지 등을 마을 뒷산으로 옮겨놓고 복구에 힘을 쏟던 인제읍 덕적리 주민들은 이마저도 다시 비에 젖는 이중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인제지역에 내린 비로 인제읍 덕산리∼덕적리, 하추리∼가리산리, 귀둔리∼기린면 하답리, 북면 한계리∼장수대 등 4개 구간 도로가 유실되거나 하천에 물이 불어나 또다시 통제됐다.
인근 평창군 봉평면 진조리∼횡성군 둔내면 삽교리 간 군도와 양구군 석현리∼웅진리 간 국도 46호선도 이날 비로 20∼100t의 토사와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산사태가 발생해 통제됐다.
한계리 주민 이영복(46) 씨는 “앞으로 더 많은 비가 내리면 그나마 응급 복구됐던 시설마저 또다시 떠내려갈까 걱정”이라고 탄식했다.
인제=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